현대차, 글로벌 권역별 전략 점검
롯데, 신동빈 주재 가치창조회의
재계 “경험하지 못한 상황 올 수도”
재계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에 대응하고자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 장기화, 공급망 충격, 금융 시장 불안, 자국 산업 보호주의 강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속출해 생존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이날 주요 관계사 사장 등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사장단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21일부터 상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삼성전자는 2019년 3월 이후 연 1회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해 왔으나,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자 올해 상반기 회의를 재개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12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18일 귀국길에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리더십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글로벌 현장을 점검한 후 기술과 함께 인재, 유연한 조직문화를 언급한 것은 현재의 위기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직감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삼성그룹의 모든 임직원이 위기감을 느끼고 ‘혼연일체’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함의가 읽힌다.
이 부회장의 발언 이후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날 삼성 사장단 회의는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과 경계현 사장(DS부문장)이 소집했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비상한 각오로 새롭게 정신무장을 해야 한다는 의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 만에 열리는 삼성전자의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는 21~23일 DX 부문, 27~29일 DS 부문이 각각 예정돼 있다. 이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는다.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는 글로벌 경영진이 모여 경제 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부문별 전략을 짤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강조한 ‘기술·인재·조직문화’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반도체의 초격차 DNA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옮겨심어 2030년 글로벌 1위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는 만큼 DS 부문이 어떤 방향을 설정할지도 관심사다.
SK그룹은 17일 최태원 회장 주재로 ‘2022년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변화와 혁신을 화두로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최 회장은 그룹 임원들에게 대내외 위기 극복에 더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시스템을 재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SK 경영시스템 2.0’으로의 전환이다.
최 회장은 2020년 6월 선언한 ‘파이낸셜 스토리’가 기업 가치와 연계가 부족한 만큼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라고 했다. 최 회장은 “기업 가치는 재무 성과, 미래 성장성과 같은 경제적 가치(EV) 외에도 사회적 가치(SV), 유무형의 자산, 고객가치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됐다”며 “어떤 요소에 집중해 기업 가치를 높일지 분석해 이해관계자의 더 큰 신뢰와 지지는 물론 혁신과 성장 방향성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파이낸셜 스토리를 다시 구성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다음 달에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연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대한 현안을 공유하고 전기차 시장으로의 대전환기에 맞는 새로운 영업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에 대한 목표지향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지난달 30일부터 주요 계열사별로 구광모 회장이 참석하는 전략보고회를 진행하고 있다. LG그룹은 2019년 이후 중단했던 상반기 전략보고회를 다시 열었다. 전략보고회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각 계열사는 글로벌 위기 상황 대응 전략과 함께 구 회장이 평소 강조한 고객 가치 중심 경영 전략을 재점검한다.
롯데그룹은 다음 달에 신동빈 회장이 주재하는 가치창조회의(VCM)를 개최한다. 신 회장은 ‘뉴롯데’ 완성을 위한 과감한 도전과 투자와 위기 극복 방안을 주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대기업 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고자 덮어 뒀던 각종 문제가 복합적으로 터지면서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기업들이 각각의 상황에 따라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