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남은 금통위에서도 매번 금리를 올려 연말 금리가 3%에 다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6일 한은에 따르면 이번 연준의 인상으로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1.00%포인트에서 0.00∼0.2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다음 달 미국이 빅스텝만 단행해도 오히려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0.25∼0.50%포인트 높은 상태로 역전된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보다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화 가치가 줄어들면 수입 물가가 더 오르고, 이는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다음 달 금통위의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이며, 빅스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한은은 빅스텝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가 끝난 후 “다음 금통위 회의까지 3∼4주 남아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그사이 나타난 시장 반응을 보고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3.4%로 예상되는데, 금리 인상 속도가 우리보다 빠른 게 사실”이라면서도 “금리 격차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외환·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5%를 넘는 등 치솟고 있는 소비자 물가를 고려할 때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은도 최근 통화신용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2%)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의 금리역전은 어차피 불가피한 상황이라 금리역전이나 자본유출 관점보다는 우리의 물가나 경기 상황이 더 중시돼야 한다"며 "다음달 빅스텝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인플레 관련해서는 우리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정점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 같다"며 "가을 쯤 정점이 확인될 텐데 그 이후에 물가상승률이 낮아진다 해도 빠르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이 앞으로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통위가 내달 빅스텝을 포함해 연말까지 나머지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리면 3%에 다다를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5일 JP모건 역시 보고서에서 “한은이 7월 빅 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오전 8시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및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국내외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