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전문가 경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직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축적하도록 했으며, 새로운 조직운영 방식에 맞게 평가제도도 개편한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경영인사 혁신방안’을 16일 발표했다. 그간 지속돼 온 ‘내부 중심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수요자 중심의 수평적인 문화’로 바꾸기 위한 혁신 방안이다.
한은은 2020년 맥킨지에서 조직문화를 진단했고, 이를 바탕으로 직급별 대표와 집행간부로 구성된 ‘조직혁신추진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으로 혁신방안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해 머서 코리아의 제안을 바탕으로 타운홀 미팅, 직급별 토론회, 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특히 지난 4월 부임한 이창용 총재가 그간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및 국내 조직에서의 경험에 기반한 경영방침을 추가 반영해 ‘경영인사 혁신방안’을 완성했다.
먼저 총재의 권한을 대폭 하부위임하고 이에 맞춰 직책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재조정한다. 총재·부총재의 권한은 부총재보로, 부총재보의 권한은 국장으로, 국장의 권한은 부장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국장은 부서 차원의 전략 추진 및 성과 산출을 책임지며 부서 업무완결권을 행사한다. 부장은 일반적인 업무에 대해 기존 국장의 권한을 가진다.
한은은 “관리자들이 주어진 권한 범위 내에서 책임 경영을 수행함으로써 결재 단계의 중층화를 방지하고 의사결정 신속성 확보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아울러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강화해 젊고 유능한 관리자가 배출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조직운영의 유연성도 함께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모든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호 리뷰와 전행적 정보공유를 원칙으로 적용하고, 이를 한국은행의 새로운 문화(상호 협력 및 소통)로 정착시키기로 했다. 집단지성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한편 권한 하부위임에 따른 업무의 질 하락 및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다.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에도 나선다. 일정 자격을 갖춘 직원을 선발해 해당 부서에서 장기근무 기회를 제공하는 전문가 경로 제도를 도입한다. 동시에 이들의 지식과 역량을 조직 내부에서 두루 활용함으로써 조직의 전문역량을 높일 계획이다.
배준석 부총재보는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 간의 수평적이고 격의 없는 토론을 통해 나온 보고서가 정책 수요자인 국민과 정부를 만족시키고, 결국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이번 혁신 방안의 골자이자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로운 조직운영 방식에 부합하면서도 직원들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평가제도를 개편·운영해 업무성과에 대한 인정과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강화할 방침이다.
엄격한 상대평가 방식이었던 점수부여 방식을 폐지하고 5개 성과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부서 및 팀에 대한 집단업적평가를 폐지해 조직 내 서열화 분위기를 해소한다. 또 팀원들이 관리자를 평가하는 ‘리더십 리뷰’와 직원 상호 간 평가인 ‘일하는 방식 리뷰’를 도입해 성과 평가 때 참고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배준석 한은 부총재보는 “리더십 리뷰와 일하는 방식 리뷰는 각각 기존 관리능력조사와 동료평가를 대체하는 것으로 좀 더 객곽적이고 공정하게 볼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중 직무권한 하부위임, 정보공유 확대 및 리뷰 활성화, 일반기능·전문직원 직급 신설 등을 우선 시행한다. 내년부터 국·부·팀제 확대, 전문가 경로 제도 1단계 시행 등을 시작으로 여타 제도(평가 등)도 순차적으로 개편해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