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주식시장은 개장 전부터 ‘팔자’ 주문이 쏟아졌다. 오전 9시 장이 열리자 코스피는 전날보다 31.55포인트(-1.26%) 내린 2472.96으로 출발했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흘러나온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에 대한 두려움의 ‘쓰나미’가 뉴욕증시를 강타하고 한국과 아시아 금융 시장을 또다시 흔들었다.
일각에서는 증시 하락세가 2000년 ‘닷컴 버블’ 사태 때보다 심각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10여 년간 이어진 대형 기술주의 시장 지배가 끝나가고 있다”며 “2000년 닷컴 붕괴를 경험했던 일부 투자자들은 앞으로 더 큰 손실이 올 것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스피 지수가 1년 7개월 만에 2500포인트를 내준 이날 향후 시장을 전망해 달라는 요청에 증시 전문가들은 한동안 감탄사로 질문과 답변 사이의 공백을 메웠다. 그만큼 불확실성 가득한 현재 시장을 예상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과거와 다르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그에 따른 증시의 파고는 피할 수 없겠지만, 국내 증시의 바닥은 견고할 것으로 봤다.
-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본부장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의존도 높은데,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기의 침체 속도가 빨라진다면 우리한테는 녹록지 않다.”
-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유동성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금리를 상승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시장보다는 일반기업들에 동일하게 부담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 김지산 키움증권 센터장 “경기 둔화 부각과 함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상존한다.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에 따라서 우리도 금리 인상을 확대하거나 금리 역전에 따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있다.”
- 김영익 서강대 교수 “금융시장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반영된 것 같다. 앞으로는 수출에 영향을 많이 미칠 것.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침체에 빠지고, 국내 기업 중 수출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다.”
-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한국은행 빅스텝 가능성도 같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가계부채 취약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 서 본부장 “닷컴 버블에 비해 기술주 실적이 좋다. 버블이 커지는 과정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적자기업들이다. 현재 그런 종목들을 빼놓곤 다들 건강하다.”
- 황 연구위원 “현재의 이익창출 능력보다 미래의 수익 창출능력을 보는 기술주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투자위험성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가 3%를 넘어가면 그때부턴 위험신호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 김 센터장 “일부 자산 버블이 해소되고 있다. 닷컴 버블이나 2008년 금융위기만큼의 수준 강도는 아닐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느냐 경기 연착륙하냐가 관건이다.”
- 김 교수 “지금이 2000년보다 미국 경제가 더 심각하다. 부채가 그때보다 더 많다. 채권, 주식 시장 거품이 붕괴하고 있는데, 조만간 주택시장 버블도 붕괴할 것이다. 2000년에는 주식 시장에서만 버블이었는데, 이번에는 부동산까지 위기가 될 것으로 본다.”
- 정 연구위원 “당시 버블 기업들은 이익도 없는 상황에서 주가만 올랐는데 지금 기업들 이익 규모 크다. 가계나 기업들도 초과저축이 꽤 축적돼 있어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
- 서 본부장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실적이 잘 나오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 조달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적자기업, 한계기업, 흑자가 나더라도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향 매출이 높은 기업을 조심해야 한다.
- 황 연구위원 “2400 근처가 단기 저점, 내년에는 더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위험자산 비중을 축소하고, 안전자산 확대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 김 센터장 “빅스텝일지 자이언트스텝일지 그에 따른 파월 의장 발언 등 큰 이벤트 결과를 봐야 알 수 있다. 인플레이션·긴축 국면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화하고 있다.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유효하다.”
- 김 교수 “앞으로도 내년 상반기까지 코스피 지수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3분기에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현재 주식 비중을 늘릴 상황은 아니다.”
- 정 연구위원 “하반기 전망치 2400~2800을 계속 유지한다. 하반기까지 변동성 있고 계속 약한 장세 유지될 것 유동성·안전자산 비중 늘리는 보수적 접근 필요하다.”
- 서 본부장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며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 외국인이 팔기 시작한 작년 여름부터 글로벌 경기 피크아웃 이슈가 불거졌다.”
- 황 연구위원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계속해서 이탈할 것이고. 환율은 1300원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김 센터장 “안전자산 선호 측면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 김 교수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우리 환율도 오를 수밖에 없는데, 미국 경상수지가 확대되고 있다. 조만간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본다.”
- 정 연구위원 “미국 물가 변곡점이 확인되는 시점에서 환율도 떨어질 것이다. 인플레이션 피크 아웃이 지나가고 있는 것 같고 확인하는 시점이 3분기 말이 될 것 같다.”
- 서 본부장 “수입 물가가 올라가게 되는데 일본 물가상승률은 낮고, 임금상승률은 40년 전에 비해 4%밖에 안 올랐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감소하고, 이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 황 연구위원 “일본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무역적자 고착화 위험성 불거진다. 무역적자가 고착화돼 1년에서 2년 정도 가게 되면 위기상황으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 있다.”
- 김 센터장 “엔화 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여전히 경기 부양 기조를 가져가면서 금리 역전이 큰 상태고, 재정 적자 이어져서 약세 요인이 이어질 것이다.”
- 김 교수 “더 이상 지속하기 힘들다. 미-일 금리차가 지금 많이 벌어졌는데, 축소되면서 엔화 가치가 오를 수 있다. 지금이 엔화 약세가 정점이다.”
- 정 연구위원 “일본은행이 엔저 정책을 계속 유지할 듯. 일본 엔화 오른다고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휘둘릴 것 같진 않다. 위안화가 같이 떨어지면 위험한데 최근 위안화는 강세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