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소설 속에서 처음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바타라는 용어도 처음 사용한 닐 스티븐슨이 1992년 소설 ‘스노우 크래쉬’ 속에서 메타버스를 고글과 이어폰이라는 시청각 출력 장치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으며, 컴퓨터 기술을 통해 3차원으로 구현한 상상의 공간으로, 그 공간에서 경제적·사회적 활동이 가능한 가상세계로 묘사하였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의 독특성은 컴퓨터 기술로 구현된 3차원 상상의 공간(가상세계)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더 나아가 가상의 공간이지만 물리 법칙의 제약을 받는 현실세계와 다른 규약으로 구성된 세계이면서, 현실세계에서 하던 것처럼 경제적·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세계로 정의하고 있다는 데 있다.
소설가가 그린 메타버스는 현실 기술에서는 여전히 구현하기 어려운 독특한 개념이었다. 메타버스에 대한 대표적인 정의로 인용되고 있는, 미국 연구단체 ASF가 2007년 ‘메타버스 로드맵’에서 정의한 개념은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의 대안 또는 반대의 가상(상상) 공간이 아니라,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교차점, 결합, 수렴되는 공간”이며 “가상 환경의 구현과 이용에 있어서 사물·기기, 행위자, 인터페이스, 네트워크 등 현실세계의 요소들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발전을 반영”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개념은 사실 3D 기술과 가상현실, 증강현실 기술에 의해 구현되는 서비스 정의에 머무르고 있는 수준이다. 소설 속 메타버스에서 강조한 ‘가상의 공간이면서도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공간이 아니라 현실세계와 같은 경제적·사회적 활동이 가능한 현실과 중첩된 또는 결합, 연결된 공간’이라는 의미를 살리지 못했다.
소설 속의 메타버스 개념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등장한 것은 코로나19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20년 4월이었다. 한 힙합 가수가 ‘포트나이트’ 플랫폼에서 아바타가 되어 노래하고 유저들의 아바타가 관람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콘서트는 온라인 중계도 가상 콘서트도 아니고, 실시간으로 가수의 아바타와 관객의 아바타가 상호 반응하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이면서, 동시에 메타버스 속에서 굿즈 판매가 일어나는 사회 경제적 활동을 보여줌으로써 ‘스노우 크래쉬’에서 정의한 메타버스의 모든 측면을 드러냈다. 이후 가상에서 현실과 넘나들며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메타버스 시대를 열었다.
메타버스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는 개념이다. 메타버스가 어떻게 정착되고 발전할 것인가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측면만이 아니라 인간의 욕구라는 측면에서 메타버스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역사는 인간 욕구 확장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계속해서 자신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정보 소통 기술(언어, 문자, 인쇄술)을 발전시키고, 더욱 강력한 도구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도구를 이용하여 활동 공간을 만들고 확장해 왔다. 교통수단의 발달, 공간의 확장으로 세계는 단일 공간이라는 글로벌화를 이루었다. 인간은 또한 시간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전파라는 실시간 통신 기술을 개발하여 시간의 확장을 이뤄냈다. 인터넷이라는 통신 기술은 가상공간을 만들어 냈으며, 현실세계보다 가상공간에서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가상공간은 공간 이상의 가상세계로 확장, 진화되어 가고 있다.
시공간적 확장이라는 글로벌화가 완성된 지금 인간은 자아를 확장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물질적으로 집과 일터, 학교에서 존재하는 자아에서 벗어나 제3의 공간에서 존재하는 자아로 자신을 확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물질적 공간에서의 물질적 자아는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러나 가상세계에서의 디지털 자아는 시공간적, 물질적 제약을 벗어나 계속해서 비물질적 공간을 만들고 부수고 경험하는 무한 경험의 세계로 자신을 투영하고 있다. 이것이 인간이 메타버스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며, 메타버스는 이러한 인간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