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떨어진 공직] 돈 먹는 하마, 비리집단…공직자는 적폐가 됐다

입력 2022-06-12 12:57 수정 2022-06-1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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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공직자 규제로 '문제집단' 낙인…동기부여 없는 통제·불이익뿐

열악한 근로조건, 높은 업무강도, 희생 강요, 이뿐이면 다행이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정례적인 공무원 ‘적폐 몰이’는 그나마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공직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2015년 ‘공무원연금법’ 개정에선 기여금(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지급률(연금수준)을 깎는 개혁이 진행됐다. 연금 수급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미뤄졌다. 반면,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공무원단체를 설득할 수단으로 제시했던 ‘퇴직수당’ 정상화는 최종 개혁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한 ‘정년 연장’도 검토 수준에만 그쳤다. 공무원연금은 민간기업 대비 낮은 임금·퇴직수당에 대한 보상적 성격이 강하지만, 정부는 공무원연금을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간주했다. 결과적으로 공무원들은 양보와 희생만 강요받았다.

같은 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제정됐다. 청탁금지법 논의의 출발점은 뇌물의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된 ‘벤츠 여검사’ 사건이었지만, 규제 대상은 엉뚱하게도 공무원과 공공기관·사립학교·언론기관 종사자였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사건이 발생하자 LH 임직원 및 부동산 정책 담당 공무원들의 재산등록 및 부동산 거래신고를 의무화하는 방향의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같은 해 세종특별자치시에선 이전기관 특별공급이 폐지됐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재산 취득·처분 등 사적인 영역까지 통제받게 됐고, 중앙행정기관에 전입한 신규 공무원들은 ‘내 집 마련’을 강제로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최근 세종시에서 혼인율·출산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공직사회에 대한 일련의 규제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정부·여당의 정치적 위기가 겹쳤다는 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청탁금지법 제정 시기에는 ‘십상시 사태’로 불리는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이 있었다. LH 땅투기 사건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발생했고, 세종시 이전기관 특별공급 폐지는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는 시기였다. 공직자 규제의 목적을 순수하게 바라보기 어려운 이유다.

무엇보다 공직자들에게 ‘당근’이 없었다. 김찬동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국가정책대학원 겸무교수)는 “공직사회를 규제하더라도 격려, 동기부여 등 다른 수단들을 균형 있게 병행해야 한다”며 “다른 인센티브 없이 규제만 너무 강화하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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