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탈(脫) 공직’ 러시 추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입직 난이도 대비 열악한 근로조건, 국민연금만 못한 공무원연금,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인사상 불이익 등에 '공짜 코로나 야근'까지 겹쳐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의 ‘삶의 질’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기존 업무에 방역 업무가 더해지면서 야근과 휴일 근무는 일상이 됐다. 코로나19 국내 유입 초기 질병관리청 공무원들은 ‘공짜 노동’에 내몰렸다. 기존에 공무원의 초과근무가 일 4시간, 월 57시간으로 제한돼서다. 이를 넘어선 초과근무에 대해선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특근매식비 지출이 과도하다고 지적받고, 공공부문 고통분담을 명분으로 연가보상비가 수 차례 삭감됐다. 현실적으로 연가휴가를 쓸 수 없는 상황에 보상비 삭감은 ‘임금 삭감’과 다를 게 없었다.
공직을 상대로 한 정치권의 ‘적폐 몰이’도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선 ‘공무원연금법’ 개정으로 공무원연금의 기여율 대비 지급률이 국민연금에 역전됐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제정으로 공직자의 사생활도 통제영역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재발방지 대책에 따라 땅투기와 무관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잠재적 투기꾼’으로 관리됐고, 세종특별자치시의 이전기간 주택 특별공급이 폐지돼 신규 임용된 하급 공무원들은 급여의 절반가량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도시빈민으로 전락했다.
공직자 활동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애초 공직자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공무원이 문제집단으로 몰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장관이 특공으로 재테크하고, 이런 건 보통 사람들은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여전히 사회에서 공직자로서 특권이 존재하는데, 그 특권을 잘못 사용했다면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권한·재량이 제한된 하급 공무원들과 비리와 무관한 대다수 공무원에겐 이 같은 규제가 연좌제에 가깝다.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벌을 받는 상황이다. 더욱이 과거 조치들은 ‘공직기강 확립’보단 ‘국면 전환’ 등 정치적 목적에 기인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선량한’ 공직자들의 사기 저하, 공직 이탈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규제의 실질적 효과도 불분명하다. 김찬동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국가정책대학원 겸무교수)는 “공직자를 규제하는 법이 늘수록 집행·교육역량도 늘어야 하는데, 그 속도가 규제가 늘어나는 속도에 못 미치는 것 같다”며 “규제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