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수사는 계속된다" 개구리소년 사건 재조명된 이유

입력 2022-06-09 16:31 수정 2022-06-0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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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대 장기미제사건으로 꼽히는 ‘개구리 소년 사건’이 31년 만에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발단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때문인데요. 사건에 사용된 흉기와 범인을 추론한 글은 온라인상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다른 가설들도 속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설들은 어떤 내용일까요? 수사에 새로운 단서가 될 수 있을까요?

개구리소년 사건이란?

▲‘개구리소년’ 사건 실종 포스터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개구리소년’ 사건 실종 포스터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1991년 3월 26일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에 살던 우철원(당시 13세) 등 초등학교 학생 5명이 도롱뇽 알을 줍기 위해 인근 와룡산에 올라갔다가 실종된 사건입니다. 도룡뇽이 개구리로 와전되며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당시 대통령 특별지시로 단일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인 연인원 25만 명의 수사 인력이 투입됐지만 아이들의 행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실종 11년 만인 2002년 9월 26일 도토리를 줍던 한 시민이 와룡산 중턱에서 아이들의 유골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아이들이 길을 잃고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반면 부검을 맡았던 법의학팀은 명백한 타살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범인은커녕 범행도구조차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가 끝나며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습니다.

“나는 개구리소년 사건의 흉기를 알고 있다”

▲버니어 캘리퍼스 (출처=게티이미지 뱅크)
▲버니어 캘리퍼스 (출처=게티이미지 뱅크)

그런데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는 개구리소년 사건의 흉기를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 A씨는 범행도구가 ‘버니어 캘리퍼스’라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의 두개골에서 발견된 상처가 버니어 캘리퍼스를 물체로 찍었을 때 생기는 자국과 유사하다는 겁니다. 버니어 캘리퍼스는 길이나 높이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자의 일종으로, 주로 금속으로 제작됩니다.

A씨는 범인이 인근 공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불량 학생들이었을 것이란 주장도 내놨습니다. 불량 학생들이 산에서 본드를 흡입하고 환각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란 주장입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며 A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이 교수는 7일 KBS ‘크리스탈 마인드’에 출연해 “(개구리 소년 피해 아이들의 두개골을 보면) 조각도 여러 조각이다. 모든 두개골 함몰 부위가 콕콕 찍혀있다”며 “버니어 캘리퍼스의 날카로운 끝처럼 보일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A씨가 범인을 불량 학생들로 특정한 것에 대해서도 가설에 대해서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하며 “글쓴이가 사건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유골 발견 당시 범행 도구로 버니어 캘리퍼스가 사용됐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를 진행했지만, 근거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당시 수사팀이 버니어 캘리퍼스를 포함해 여러 도구에 대해 조사했으나 ‘유골의 손상 흔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겁니다.

목격담까지 등장...“서울 버스에서 봤다”

▲개구리소년 사건 피해 어린이 두개골 사진. (출처=다구 달성경찰서)
▲개구리소년 사건 피해 어린이 두개골 사진. (출처=다구 달성경찰서)
한 누리꾼은 범행도구가 버니어 캘리퍼스가 아니라 ‘공업용 가위’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B씨는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버니어 캘리퍼스는 약해서 몇 번 내려찍다 보면 망가질 수 밖에 없다”며 “뾰족한 가위를 손에 쥐고 내려찍은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새로운 목격담도 나왔는데요.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1년 전 개구리소년 목격자 최소 4명 중 1명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에 따르면 작성자 C씨는 사건이 발생한 3월 말 오후 3시 30분~40분쯤 여의나루 선착장 부근에서 68번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이때 당시 신대방동에서 서울역에서 가는 노선이 동일했던 145번 또는 76번 버스가 정차했고, 이 버스의 맨 뒷좌석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고 합니다.

C씨는 “며칠 동안 세수 안 한 땟국물 가득한 상태의 얼굴을 한 아이들 5명이 맨 뒷자리에 앉아있었다”며 “딱 보니 앵벌이 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은 한강과 63빌딩을 보고 엄청 신기해하면서 떠들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때 아이들 앞에 앉아있던 2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남성 두 명이 아이들을 조용히 시켰습니다.

C씨는 노숙자 같은 아이들과 그들을 감시하는 남자 두 명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다고 합니다. 이후 다음날 정오쯤 C씨는 TV에서 ‘개구리소년 찾기’ 방송을 접했습니다. C씨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사진을 보여주는데 내가 어제 버스에서 봤던 5명의 아이였다. 입고 있는 옷과 얼굴이 똑같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소시효 끝났지만...“수사는 계속 진행 중”

▲‘개구리소년 31주기 추모제’가 열린 3월 28일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 안전 기원비 앞에서 유족대표 우종우(우철원 군 아버지)씨가 추모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뉴시스)
▲‘개구리소년 31주기 추모제’가 열린 3월 28일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 안전 기원비 앞에서 유족대표 우종우(우철원 군 아버지)씨가 추모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뉴시스)
공소시효는 끝났지만,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구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은 2019년 4월부터 개구리소년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김성진 대구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장은 “제보에 중점을 두고 수사 중이지만 현재까지는 특별한 사안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수사팀장은 최근 제기된 버니어 캘리퍼스 가설과 관련해 “이미 유골 발견 당시 수사본부에서 두개골에 나타난 손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현 시점에서 다시 한번 재검토해보겠다”며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교 세종대 법학부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만약에 범인이 외국에 나가 있다면 그 기간은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게 범인이 국내에 계속 있었다는 걸 전제로 하는 건데 그건 범인을 찾기 전까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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