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은행 글로벌 사업의 현주소와 경쟁력 강화 방안

입력 2022-06-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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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식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소장

글로벌(Global)은 ‘세계의, 전반적인’이란 뜻처럼 그 범위가 광대하고 다양성, 전문성, 확장성 등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것과도 같아서 리스크의 발현과 분산이라는 양면성도 지닌다. 한때 글로벌과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국내은행들을 이제는 해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1967년 한국외환은행이 해외지점을 개설한 이래, 해외점포가 39개국 204개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양적 팽창이 글로벌 사업 수준의 향상으로 이어져 글로벌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이나 경제 규모, 특히 제조기업의 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국내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은 여전히 부족해서다. 게다가 2021년 해외점포 총자산이 1832억 달러로 국내은행 총자산의 6.7%, 당기순이익은 11억6500만 달러로 8.2% 수준이고, 글로벌화를 보여주는 지표인 초국적화지수(TNI; Transnationality Index)가 12.3%에 불과한 수치들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 먼저, 국가별 집중화 리스크를 고려하여 새로운 국가에 진출하거나 기존 진출국 내에서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 2021년 국내은행의 해외점포는 아시아지역이 141개로 전체의 69.1%를 차지하고 베트남, 미얀마 등 아세안 8개국에 71개가 몰려 있다. 그런데 태국의 경우에는 아시아 외환위기 때 철수한 앙갚음을 당하기라도 하듯 다시 진출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총자산은 중국, 미국, 홍콩 순이나, 3개년 연평균 증가율은 인도네시아 23.2%, 베트남 16.7%로 두 나라에 집중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 국내기업의 투자가 활발하고 비교우위에 있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겠지만,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금융위기의 위험이 개도국 주변에 꿈틀대고 있다.

다음으로 단기실적 위주의 성과평가는 지양해야 한다. 글로벌 사업의 주요 성과는 신규국가 진출, 우량자산 성장, 이익 확대 등이라 하겠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누구나 짧은 시간에 이런 성과를 올리려는 욕심이 있겠지만, 무분별하게 추동력을 발휘했다가는 ‘왜그 더 도그(wag the dog)’가 발현될 수도 있다. 글로벌사업은 국내에서 알기 어려운 현지의 규제와 곡해를 불러일으키는 여러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사업에는 리스크관리, 내부통제, 중장기적인 성과가 반영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조밀하게 구성하여 이를 실행해야 한다.

끝으로 디지털 역량 기반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글로벌은행들의 ‘글로벌-디지털 금융’은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스페인의 BBVA는 개방형 API를 이용한 ‘서비스 기반의 뱅킹(BaaS)’ 모델을 도입하여 2019년 미국에 진출한 최초의 은행이다. 이들은 오픈 플랫폼에서 핀테크 기업인 디짓(Digit)과 송금, 지급결제 등의 서비스를 협업하고 있다. SCB는 2020년 홍콩에 인터넷전문은행인 MOX를 출범시켰으며 토스뱅크, 라인뱅크의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국내은행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시하는데, 레거시(Legacy)를 없애고 혁신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은행이 해외로 외연을 확장하게 된 주요 원인은 고객의 해외 금융수요 충족, 국내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에 따른 새로운 수익원 창출, 글로벌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 조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한, 이런 목표는 그간 국내은행이 쌓아온 노력과 주재원들의 피땀이 값진 성과로 표출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리스크관리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글로벌 경영을 위한 인력과 시스템 역량을 확보할 때이기도 하다. 이에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국내은행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바람직한 수단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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