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도 외식 값도 무섭게 오른다…가공식품 물가 10년만에 최고치

입력 2022-06-06 15:38 수정 2022-06-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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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33%·밀가루 26%·식용유 23%↑…73개 가공식품 중 4개 빼고 다 올라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밥상에 오르는 먹거리 가격이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있다. 주요 곡창지대의 흉작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높아진 유가 등이 종합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가공식품 물가도 10년 4개월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추가 상승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지수는 109.1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7.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1월(7.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 보면 국수가 33.2%, 밀가루가 26.0%, 식용유가 22.7%의 상승률을 기록해 가장 많이 오른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국제 밀과 팜유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소금 가격도 1년 전보다 30.0% 상승했다. 천일염 생산량 부족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 자릿수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소금은 이달에도 오름폭이 컸다.

식초(21.5%), 부침가루(19.8%), 된장(18.7%), 시리얼(18.5%), 비스킷(18.5%), 간장(18.4%) 등 10% 이상 가격이 오른 품목도 22개나 됐다. 조사 대상 73개 가공식품 품목 중 △편의점 도시락(0.0%) △홍삼(0.0%) △고추장(-1.0%) △오징어채(-3.4%) 등 4개 품목만 하락(보합세)했을뿐 나머지 69개 품목은 모두 다 가격이 올랐다.

가공식품이 일제히 오르면서 외식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7.4% 올랐는데 이는 1998년 3월(7.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1년 사이 갈비탕은 12.2%, 치킨은 10.9%, 생선회는 10.7%, 자장면은 10.4% 등 대부분 10% 이상 올랐다.

실제 소비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격도 크게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김치찌개백반 가격은 최근 1년 사이 6846원에서 7308원으로 6.74% 뛰었고, 삼겹살(200g 기준)은 1만6684원에서 1만7595원으로 5.46% 상승했다. 칼국수 역시 1년새 10.81%, 자장면 가격은 15.56%가 오르는 등 직장인들이 주로 먹는 점심 메뉴 가격은 일제히 올랐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달 30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과 함께 '농식품 물가동향'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달 30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과 함께 '농식품 물가동향'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름철 과일로 가장 많이 찾는 수박 가격은 1년 사이 1만8010원에서 2만2160원으로 18.04% 상승했고 토마토 가격도 1년새 7.54%가 올랐다. 계란(CJ알짜란 15구) 가격도 같은 기간 7983원에서 9225원으로 15.55%나 뛰었고 여름철에 많이 찾는 국수(옛날국수 소면 900g) 가격 역시 2736원에서 3650원으로 33.40%나 올랐다.

이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가공식품 전반의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 사료 공급 자체가 줄면서 축산물의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으며 다양한 국가에서 소비가 가장 많은 닭고기도 공급이 줄며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공급이 악화된 데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지난 1일부터 닭고기 수출을 금지하며 유럽 등지에서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악재가 겹치면서 당분간 먹거리에 대한 가격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를 보면 곡물 지수는 전월보다 2.2%, 육류 지수는 0.5% 각각 상승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년 만의 최고치인 5.4%인데 현재의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물가 지표에 차례로 반영되면 올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더 치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라도 개선되야 상승률이 멈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먹거리 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선 축소, 유가의 하락세 등이 나타나야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서 우리가 먹는 것은 가격이 모두 오르고 있다"면서 "다만 날씨가 따뜻해져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 곡물 가격도 안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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