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은행은 조사통계월보 ‘코로나19가 미국 고령층의 노동선택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팬데믹 이후 미국 고령층의 일자리 재진입 지체 등으로 인한 노동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16~5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55세 이상의 고령층은 여전히 위기 이전수준을 상당폭 하회했다.
특히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고령층의 노동선택이 노동수급, 임금 등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의 16세 이상 인구대비 5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00년 13.1%에서 2010년 19.5%, 2020년 23.6%로 증가했다.
한은은 미국 고령자 패널자료(HRS)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팬데믹 기간중 발생한 고령층(55~74세)의 대규모 노동시장 이탈과 재진입 지연 현상은 이들의 노동공급 행태 변화 보다 팬데믹으로 인한 근로여건 변화가 주요 요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연금 및 건강보험 혜택 등을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 축소가 고령자 조기은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또 팬데믹 과정에서 발생한 자산가격 급등은 주로 임금근로자의 은퇴에 영향을 줬다.
이처럼 팬데믹 충격으로 인한 고령자의 고용률은 직전조사연도(2018년) 대비 약 4.1%포인트(2018년 50.6%→ 2020년 46.5%) 하락했다. 실업률은 1.9%포인트(4.5% → 6.4%) 상승했다.
보고서는 고령층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재진입이 본격화되기 위해선 제반 근로여건이 회복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가 팬데믹 이전수준으로 회복될 경우 고령자의 고용이 상당폭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연금(DC)과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일자리를 제안받을 경우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임금근로 부문으로 재진입할 확률이 각각 37.8%포인트 및 6.1%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을 통해 연금을 납입할 수 있을 경우 자영업 진입 확률은 8.4%포인트 높아졌다.
보고서는 또 팬데믹으로 인한 특이요인(건강상 우려, 심리적 불안,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충분히 해소될 경우 고령층의 고용 회복이 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비경활 편입으로 발생한 인적자본 손실(생산성 하락), 근로의욕 감퇴 등은 향후 노동공급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고령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할 만한 일자리의 창출이 쉽지 않음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노동수급 차질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