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는 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했다. 금통위원 만장일치였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가까이 치솟으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4.8% 뛰었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이창용 총재는 “현재 상황을 보면 성장보다 물가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게 예상되는 만큼, 금리인상을 통해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은이 금리를 0.25%p 올리면 물가를 0.1%p 내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 9개월간 금리를 다섯 차례 인상한 점을 감안하면, 물가를 0.5%p 끌어내린 효과가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의 추가 빅스텝(한번에 0.5%p 인상)에 따른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도 기준금리 인상 결정의 주요 배경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을 웃돌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 총재는 “자본유출 가능성이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대규모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4.5%로 대폭 높이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2.7%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우려하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저성장)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7%는 여전히 잠재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요인이 둔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물가상승) 우려보다는 물가 상방 위험을 더 걱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