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사실이 발견된다. ‘체크무늬’는 디자인에 관한 것인데 왜 버버리는 디자인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던 것일까? 필자도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버버리의 등록된 디자인권 및 상표권을 검색해 보았다.
버버리는 한국에 스카프, 신발, 모자, 셔츠, 슬리퍼, 직물지에 대하여 총 6개의 체크무늬 디자인권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표의 제099837호가 직물지에 등록된 디자인권이다. 또한, 버버리는 체크무늬에 대하여 총 11개의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표의 제0419956호가 의류 등에 등록된 상표권이다.
버버리의 체크무늬는 1960년대부터 유명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개된 지 60년도 넘은 체크무늬 디자인은 신규성 상실로 이제 디자인 등록이 불가능하며, 이전에 등록이 되었다고 가정해도 존속기간 20년이 지나 권리가 소멸되었을 것이다. 2018년도 등록된 디자인(제099837호)은 체크무늬에 무지개띠를 결합한 새로운 디자인을 등록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버버리는 체크무늬 교복에 대해서 디자인권 주장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자연스레 상표권 침해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체크무늬’가 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나타내도록 상표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LG패션의 셔츠와 쌍방울의 사각팬티에는 ‘DAKS’와 ‘TRY’라는 별도의 상표가 부착되어 있었지만, 법원은 침해를 인정했다. 버버리의 체크무늬가 너무나 유명해서 소비자가 체크무늬 자체를 보고 ‘버버리’가 제작한 상품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는 저명한 디자인을 모방하면 상표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표권은 10년씩 갱신할 수 있으므로 버버리는 체크무늬를 상표권으로 영구히 보호할 수 있다.
이태영 엘앤비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