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레미콘 운송 노조의 파업이 전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3일 시작된 제주도 레미콘 운송노조 파업을 시작으로, 9일에는 부산과 김해·양산·진해 그리고 18일부터 창원과 함안 등 경남 동부권까지 운송기사들의 파업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는 30일 서울에서 시멘트 운송노조인 화물연대가 운송료 인상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파업 확산으로 시멘트·레미콘 제조업체 그리고 건설현장을 이어주는 운송 연결고리가 끊긴다면 전 업계 전체가 ‘올스톱’ 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해·양산·진해 등 경남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레미콘 운송노조들의 파업이 창원·밀양·함안 등 경남 동부지역으로 확산했다. 이번 총파업에 경남 동부지역 480여 명의 조합원이 24개 레미콘 제조사를 상대로 파업에 참여한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경남건설기계지부 레미콘지회는 18일 창원 중앙대로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회당 운송료 5만 원 인상안을 놓고 사측 협의회와 3차례 교섭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모든 물가가 오르는데 오르지 않는 것은 건설노동자의 임금, 레미콘 운송노동자의 운송료”라며 “적정 운송료를 쟁취하고 일터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사측인 마창레미콘발전협의회는 부산지역 협의회 제안(7000원 인상)과 비슷한 수준의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도급계약인 만큼 상여금 지급은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이들 파업에 앞서 지난달 13일에는 제주도 레미콘 운송노조가, 9일에는 부산과 김해·양산·진해 등 레미콘 기사들이 운송료 인상을 주장해 파업을 진행했다. 파업이 5주간 진행된 제주도 레미콘 운송노조들은 18일 사측과 극적 협상 타결을 맺었다. 다만 노조는 19일 다시 파업 철회를 유보한다고 하면서 운행 재개는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부산 노조는 개인이 소유한 믹서 트럭을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과 4대보험·퇴직금이 없는 특수고용직인 상황에서 현 운송료가 적다고 주장해 11일째 파업 중이다. 부산 사측과 노조는 수차례 물밑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밑에선 레미콘 운송노조들의 파업이 확산하는 가운데 위에선 시멘트 운송노조의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화물연대)는 28일 서울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30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관련 내용을 시멘트를 나르는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기사들에게 전했다. 화물연대 측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운송료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도 화물연대는 3일간 총파업을 단행했었다. BCT 차량 700여 대가 전국의 주요 거점 시멘트 저장소의 진입로를 불법으로 점거했고, 일부 시멘트 공장의 출입구마저 봉쇄하기도 했다. 파업 영향으로 수도권과 생산공장 중심으로 시멘트 출하가 일시적으로 중단된 바 있다.
시멘트·레미콘 업체들은 원자잿값 인상으로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각 노조의 파업으로 ‘설상가상’에 몰렸다고 하소연한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국토교통부를 향한 파업이라고 하지만 작년의 사례가 있듯 시멘트 출하를 막을 것이 뻔하다”며 “무리한 요구가 무리한 상황을 만들게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의 한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시멘트와 건설업계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운송노조까지 협상이 안 되니 마음을 아예 놓아버렸다”고 말했다.
레미콘 운송노조들의 파업이 다른 업계까지 연쇄적으로 확산해 나가면서 건설현장의 작업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실제 지난 9일부터 부산과 경남 지역 총파업으로 레미콘을 납품받지 못해 공사가 중단된 건설 현장이 속출하기도 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서울에서 시멘트 화물연대의 총파업까지 진행된다면 건설현장의 피해는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