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리는 오늘부터’의 ‘매운맛’ 막장 전개가 첫 회부터 안방극장을 강타했다.
9일 SBS 새 월화드라마 ‘우리는 오늘부터’가 첫 방송됐다. 작품은 혼전순결 신념을 가진 오우리(임수향 분)가 라파엘(성훈 분)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는다.
오은란(홍은희 분)은 과거 아이돌을 꿈꿨지만, 미혼모가 되며 꿈을 접었다. 슬퍼하는 오은란을 보며 성장한 딸 오우리는 혼전순결을 다짐했다. 이강재(신동욱 분)도 연인 오우리의 신념을 이해, 존중해줬다.
그러나 오우리의 신념에 황당한 위기가 찾아왔다. 의료 사고로 애인도 아닌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것.
앞서 라파엘은 위암 완치 판정을 받은 후 아내 이마리(홍지윤 분)에게 이혼을 통보했다. 라파엘은 아버지 김덕배(주진모 분)에게 항암치료를 받기 전 정자를 얼려놨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아기를 만들 기회는 한 번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운명의 끈으로 연결된 사람이 있을 듯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이 마리는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자 이마리는 라파엘의 정자를 빼돌려 인공수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담당의의 실수로 환자가 바뀌고, 오우리가 라파엘의 아이를 임신하게 됐다. 오우리의 첫 키스 상대가 라파엘이라는 사실까지가 밝혀지며 황당함을 더했다. 방송 말미 오우리는 이강재의 청혼에 “나 임신했다”고 답하며 충격을 자아냈다.
‘혼전 순결’을 지켜오던 여자 주인공이 의료사고로 임신을 한다는 설정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정정화 감독은 “‘제인 더 버진’은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자극적인 드라마다. 이를 한국 시청자들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오래 고민해서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매운맛. 반전. 어디로 갈지 모르는 독한 맛”이라고 작품의 매력을 표현했다.
관전 포인트에 대해서는 “사랑을 찾아가는 여자 주인공이 가족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좀 더 초점을 뒀다”며 “살아가면서 시련을 겪을 때 힘을 주는 것이 가족이지 않냐. 또 여성 중심의 가정이 어떻게 유대하고 답을 찾아가는지 찾아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성에 의존적이지 않은 여자 주인공이 자신의 사랑을 주체적으로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다고 하지만 원치 않는 임신으로 돌연 ‘대리모’가 된 모습에서는 진한 ‘막장’의 향기가 강하게 풍긴다. 새롭게 각색됐다고는 하지만 원작이 워낙 강렬한 탓이다. ‘우리는 오늘부터’는 베네수엘라의 ‘텔레노벨라 후아나 라 비르헨’을 원작으로 한 미국의 인기 드라마 ‘제인 더 버진’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표현의 한계가 우리나라 보다 더 개방적인 미국 드라마인 만큼 한국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대리모가 일부 주에서 합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엄연히 불법이다. 이에 정 감독은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이 있을 수 있지만, 극적인 허용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대 상황도 달라졌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월 낙태죄 효력이 상실되면서 형법상 ‘낙태죄’가 폐지됐다. 1950년대부터 유지됐던 처벌 조항이 사라진 것인데, 이와 관련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주인공 오우리가 내릴 선택에도 이목이 쏠린다.
‘막장 전개’에 대중이 공감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오늘부터’가 어떻게 차별화된 매력을 뽐내며 대중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우리는 오늘부터’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