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기업 고발 사건이 쏟아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20대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고발 건수가 유독 두드러져, 그 시점과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
8일 법조계와 공정위 등에 따르면 4월 9일 대선 이후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사건은 4월 15일 한국육계협회, 20일 쿠첸, 22일 8개 보험사(KB손해보험‧삼성화재보험‧MG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흥국화재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보험‧공기업인스컨설팅), 25일 신원라이프로 10일간 총 4건이다.
올해 대선 전에 이뤄진 고발은 1월 21일 와이피앤에스 등 3개사, 2월 17일 8개 빙과류 제조사, 3월 16일 16개 신선육 제조‧판매사로 단 세 건이었다. 지난해에는 17건의 고발이 있었다. 한 달에 1.4건의 고발이 이뤄진 꼴로, 최근 10일간 4건의 고발이 이뤄진 것과 대조적이다.
대선이 끝난 뒤 고발 빈도수가 높아진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공정위 수장이 곧 교체되니 그 전에 쌓인 사건들을 급하게 ‘떨이’ 하려는 것 아닌가”라며 “검찰도 인사를 앞두고 수사를 하던 사건들을 서둘러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곧 있을 정권교체로 공정위 수장 교체는 불가피하니 그 전에 전원회의를 잡고 고발을 촘촘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원장이 교체되면 고발에 대한 판단이 갈릴 수 있기 때문에 현 공정위원장 체제에서 최대한 처분을 내린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최근 사건 고발이 잦아졌지만 각 사건의 공소시효를 고려해 처분한 것일 뿐 특별한 이유는 없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다. 공정거래 사건 전문인 한 변호사는 “사건의 공소시효가 임박해서 검찰 고발을 서둘렀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담합 사건은 공소시효가 5년으로 짧아 시효 완성을 앞두고 여유 없이 빠듯하게 고발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공정위가 검찰에 넘긴 사건들을 보면 한국육계협회와 8개 보험사는 담합, 쿠첸은 기술자료유용, 신원라이프는 할부거래법 금지행위로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법률인 공정거래법(입찰 담합)과 할부거래법, 하도급법 등 경제 범죄의 공소시효는 대체로 5년이다.
한국육계협회의 행위 시점은 2008년 6월부터 2017년 7월까지로 공소시효 5년을 적용하면 시효 완성은 올해 7월로 보인다. 한국육계협회 고발건이 4월 15일에 검찰로 넘어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공조부)에 배당되면 검찰은 3~4개월 기간 동안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해야 한다.
공소시효 뿐 아니라 처분시효 또한 고발에서 고려 대상이다. 처분시효는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할 수 있는 기한을 뜻한다.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은 처분시효가 7년이지만 하도급법 등 일부 법에 대해서는 3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 할지라도 처분시효가 임박하면 검찰 고발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2018년 담합 행위를 한 8개 보험사의 공소시효는 2023년이지만 그리 여유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앞서의 변호사는 “2023년까지 6~7개월밖에 남지 않았고 시간이 아주 넉넉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공소시효 완성을 앞두고 촉박하게 사건을 넘기는 경우를 막기 위해 시효 완성 수개월 전에 검찰로 보내라는 관련 규칙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