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은행 오셨어요?"
지난달 27일 은행 점포에 들어서자 흔치 않은 질문이 날아왔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자리한 '하나-우리은행 공동점포'의 이야기다. 165㎡(약 50평) 남짓한 공간을 불투명한 파티션이 가로질렀다. 왼쪽은 하나은행이, 오른쪽은 우리은행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공동점포는 업무를 개시하긴 전부터 10여 명의 고객으로 북적였다.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으로 은행 점포들이 연이어 문을 닫는 시대에 흔치 않은 광경이었다. 두 은행이 함께 입점한 만큼 경쟁 방지 차원에서 상품 판매와 대출 상담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도 수요가 상당한 셈이다. 해당 공동점포에서는 입출금, 단순 제신고, 전자금융, 공과금 수납만을 소화하고 있었다.
공동점포 근처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A씨는 "신봉동에는 중ㆍ고령층이 많아 온라인 뱅킹보다는 직접 점포를 방문하곤 한다"라며 "공동점포 입점 전 해당 자리에 있던 우리은행이 문을 닫았는데, 불편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첫 방문고객 B씨는 하나은행으로 향했다. 대출금 수납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고 전했다. B씨는 방과 후 교사로 활동 중이며, 오전 시간이 아니면 짬이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대출금 수납은 온라인 뱅킹으로 처리하기 어려워 점포가 꼭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B씨는 "지난해 신봉동에 있던 은행들이 문을 닫아 성복동까지 가야 해 불편이 컸다"라며 "공동점포에서 한 번에 여러 은행의 업무를 볼 수 있어 편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신봉동 하나은행이 문을 닫았다. 이어 12월 해당 위치에 입점해있던 우리은행 또한 폐점했다. 신봉동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며 시중은행들은 연이어 지점을 폐쇄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월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10월까지 폐쇄된 국내 은행 점포는 총 1507곳이다. △2016년 273곳 △2017년 420곳 △2018년 115곳 △2019년 135곳 △2020년 332곳 △2021년 1~10월 238곳 등이었다. 비대면 거래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점포를 돌려달라며 은행을 대상으로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고객들의 수요를 반영해 최근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손을 잡고 공동점포를 열었다. 실제 공동점포 내방객들은 중장년층 고객이 다수를 차지했다. ATM기에서 통장을 정리하는 단순 업무를 비롯해 공과급 납부, 잔액 확인 등을 위해 번호표를 뽑아갔다.
지점에서 만난 신봉동 거주자 C씨는 "앱이 있어도 우리 같은 나잇대는 직접 눈으로 숫자를 보고 돈(현금) 찾는 게 마음이 편하다"라고 답했다.
연령대를 고려해 해당 점포에서는 현금거래 한도를 1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보이스피싱 타깃이 될 수 있는 중ㆍ고령층 고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소액 거래가 대부분이고, 영업이 어려워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 한계로 보이기도 했다.
공동 점포 관계자는 "해당 점포에서 보험 가입 권유를 하거나 대출 상담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라며 "수익성을 위해서라기보다 지역 고객들의 편의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점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