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사상 처음으로 한은 총재 없이 금통위가 열리게 되면서 그동안은 ‘동결’ 가능성이 더 크게 점쳐졌다.
다만 최근 물가가 내버려 두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이 커지는 등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시그널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4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국내 물가 상승세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년 만에 4%대를 기록했다. 이런 물가 급등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도 어렵다.
한은은 지난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연간 상승률도 한은의 기존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시중 유동성도 꾸준히 늘고 있다. 2월 중 시중 통화량은 광의통화(M2) 기준 3662조6000억 원이다. M2 증가율은 2017년 9월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3000조 원 돌파 이후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3600조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3660조 원을 넘겼다.
문제는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그간 시중에 풀린 돈이 금융 불균형을 키우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라며 “국내 물가지표가 약 10년 만에 4%를 상회하며 인플레이션 부담감이 확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빅스텝 가능성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이란 시그널 중 하나다. 전날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5%로 40년 만에 가장 높았다.
물가를 잡기 위해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5월과 6월 모두 한 번에 0.5포인트씩 올리면, 우리나라와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과 같거나 높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총재 부재와 경기 침체 우려, 그리고 대출자의 이자 부담 등은 금리 동결의 근거다. 특히 유가 상승 등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에 불을 붙힐 수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를 올리면 물가 안정 효과도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금리인상은 경기 측면에서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동결 결정 속 소수의견 1~2명을 전망한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주요 이벤트(미 FOMC)가 5월 초에 예정돼 있고, 5월에도 금통위가 있다”라며 “에너지 가격은 고점을 통과했다는 판단이고, 정부 유류세 인하로 인한 체감 물가의 일시적 완화 기대도 동결 전망 요인”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6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인상과 동결 비중은 각각 50대 50으로 팽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