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의 유동성이 지나치게 넘쳐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늘어난 유동성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월 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달 시중 통화량은 광의통화(M2) 기준 3662조6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0.6%(2조7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1.8% 증가한 수치로 전월(12.7%)보다 소폭 하락했다.
M2 증가율은 2017년 9월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3000조 원 돌파 이후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3600조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3660조 원을 넘겼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 M2에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 MMF(머니마켓펀드), 2년 미만 정기 예금, 적금, 수익증권, CD(양도성예금증서), RP(환매조건부채권), 2년 미만 금융채, 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금융 상품별로는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19조9000억 원, 머니마켓펀드(MMF) 5조6000억 원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수신금리 상승, 예대율 관리를 위한 금융기관의 자금유치 노력 등이 요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경제 주체별로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15조6000억 원), 기업(10조5000억 원) 등을 중심으로 늘었다.
한은은 "가계대출 규제 지속에 따른 대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위험회피성향 강화에 따른 대체자산 매도 지속 등으로 정기 예·적금을 중심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업의 경우, 대출 증가세가 지속된 가운데 상품수지 개선(1월 8억2000만 달러 → 2월 42억7000만 달러)에 따른 자금 유입 등으로 통화량이 늘었다.
문제는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년 만에 4%대를 기록하며 물가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이런 물가 급등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연간 상승률도 한은의 기존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으로서는 물가 상방 압력인 통화량 지표를 기준금리 결정에 참고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한은 총재 없이 열리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국은행은 그간 시중에 풀린 돈이 금융불균형을 키우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도 한 의원은 "13%대로 높아진 광의통화(M2) 증가율이 올해 들어서도 하락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