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강행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12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입장문을 내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변협은 “국가의 형사사법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중대 사안으로 형사사법 전반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만큼 정권 교체기에 서둘러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히 반대한다”고 했다.
변협은 “경찰이 대부분의 형사사건을 수사하고 검찰은 6대 중요범죄만을 수사하는 내용으로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1년여가 지났다”며 “새로운 제도 시행 이후 기대와 달리 수사 현장에서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와 법률가 단체의 의견을 경청하거나 충분한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이미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앞선 개혁과 동일한 방향성을 가지고 불과 1년여 만에 검찰개혁 완수를 기치로 극단적인 '검수완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국민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상당기간 형사사법 시스템에 큰 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에는 공감하면서도 우려를 표했다. 민변은 “검찰이 수행하고 있는 소위 6대 범죄를 경찰이나 공수처가 수행할 경우 수사의 공백을 채울 대안은 무엇이고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역량을 확보할 방안은 무엇인지, 나아가 공수처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또 다른 전문수사기관을 만드는 것이 필요불가결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평가와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민변은 또한 “방향이 옳고 명분이 있다고 해도 충분한 검토와 대안의 마련 없이 진행되면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의하여 검찰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법협은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체계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은 타당하다”면서도 “그러나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점이 핵심적인 문제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법협은 “형사사법기관, 특히 수사기관이 특권적으로 증거수집권한을 갖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어느 기관에 어떤 방법으로 수사권을 분배하든 또 다른 옥상옥식 문제가 생길 것”이라면서 “단순히 권한을 여러 기관에 나누면 나아질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며 ‘더 많은 견제와 감시구조’가 문제 해결의 주효한 수단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형사사법기관이 독점한 권한을 개방하는 방법으로 ‘배심제’와 ‘디스커버리 제도’를 제안했다. 한법협은 “배심제도를 통해 다수의 국민들이 형사사법 권한을 행사하고 소수인 형사사법기관 구성원의 부패와 편향을 막을 수 있다”며 “디스커버리 제도는 민사소송에 참여할 인센티브를 가지는 사건 당사자가 형사소송만큼이나 실효적인 다량의 증거를 얻을 수 있게 한다. 국민에게 사법적 도구를 개방하여 진실발견능력의 총량을 높이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