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카타르 월드컵 잔혹사...쉬지 못해 죽는 이주 노동자들

입력 2022-04-11 14:42 수정 2022-04-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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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네스티·ILO 관계자 인터뷰
2014~2020년 38명 사망, 업무 유관 인정은 단 3건
사인 상당수 심혈관 질환...사망 사례 축소 의혹도
의무 휴식 배제한 개정안, 의사소통 등 복합적 문제

▲사진은 카타르 도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2019년 9월 26일 노동자가 잔디에 물을 뿌리고 있다. 도하/AP뉴시스
▲사진은 카타르 도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2019년 9월 26일 노동자가 잔디에 물을 뿌리고 있다. 도하/AP뉴시스

카타르 월드컵이 반년가량 남은 시점에서 현지 이주 노동자 인권과 관련한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노동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사망 집계를 축소했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이에 본지는 11일 국제노동기구(ILO)와 앰네스티로부터 현 상황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우선 2014년부터 2020년까지 6차례에 걸쳐 발간된 조직위의 노동자 보고서를 취합한 결과 이 기간 사망한 이주 노동자는 총 38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업무와 관련한 사망은 단 3건에 그쳤다. 업무 무관 사례는 급성심부전과 관상동맥 등 심장 관련 사망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호흡부전처럼 여름철 위험이 커지는 질환까지 더하면 80%를 웃돌았다. 하지만 조직위는 작업 현장에서 사망한 사례를 자연사로 처리하면서도 구체적인 원인은 밝히지 않았다.

엠네스티의 엘라 나이트 이주노동권리 연구원은 “조직위는 35명의 업무 무관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을 ‘자연적 원인으로 인한 급성심부전’ 등으로 설명하는 대신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들에 의미 있는 수사가 이뤄졌을 확률은 낮다는 걸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실제로는 밝혀지지 않은 많은 수의 사망자를 감추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엠네스티는 카타르가 지난해 개정한 노동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트 연구원은 “개정안은 결정적으로 노동자들의 의무 휴식 시간을 배제하는 대신 더운 날씨에 ‘셀프 페이싱(스스로 시간을 조율하는 방식)’을 할 권리를 부여했다”며 “고용 관계가 극도로 불평등한 권력 구조라는 것을 고려할 때 많은 노동자가 셀프 페이싱을 시행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짚었다.

ILO는 의사소통 문제도 사망 사고와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ILO의 마르코 미노크리 카타르 사무소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카타르 노동력의 95%가 이민자이고, 이들은 언어 장벽 때문에 다칠 위험이 크다”며 “예를 들어 한국의 최근 집계에서도 이주 노동자의 비중이 전체 노동력의 4%지만, 치명적인 사고를 당한 비중은 12%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카타르 노동력의 30~40%가 위험 산업으로 꼽히는 건설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잦은 사망 이유로 들었다.

사망 집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년간 사망한 이주 노동자가 6500명이 넘는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ILO는 2020년에만 50명이 업무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카타르가 ‘제로(0)’로 보고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노크리 책임자는 “카타르에선 여러 부처가 집계를 내지만,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체 집계에 따르면 2020년 50명이 사망했고 500명 이상이 중상을 입었으며 3만7600명이 경상을 입었다”며 “방글라데시와 인도, 네팔 노동자들이 그 대상으로, 중상 원인으로는 높은 곳에서의 추락과 교통사고 건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직위와 피파에 관련 입장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

앰네스티의 나이트 연구원은 “근본적인 사인에 대한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만이 문제 전반을 이해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그러기 전까지 카타르 기후 조건은 이주 노동자들의 생명을 계속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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