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A 위원이 교육 분야 국정과제 순위를 정하는 것과 관련해 “내 마음대로 내가 정한다”고 말했다.
1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8일 A 위원은 서울 창덕여중을 방문해 인공지능(AI)·디지털 인재 양성 간담회를 가진 직후 기자에게 “(교육 국정과제) 2호는 내 마음대로 정한다”고 밝혔다.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는 3명의 인수위원과 10명의 전문위원, 9명의 실무위원 등 총 22명의 인사가 새 정부 국정 운영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기자는 “(국정과제 순서를) 위원들과 논의하지 않는가. 위원님 한 분이 정하실 수 없지 않나”라고 재확인했으나 A 위원은 처음 발언을 거두지 않았다.
A 위원은 “이미 교육공약은 10개든 7개든 5개든 중요한 게 다 나왔다”면서 “교육분야를 내가 총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분야 국정과제) 순서 또한 내가 정하고 내 담당”이라고 재차 밝혔다.
A 위원은 과학기술교육분과에서 교육분야를 총괄 담당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디지털 플랫폼’ 공약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명박(MB) 정부에서는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과 교육부(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냈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오늘(8일) 창덕여중을 갔다 왔으니 ‘디지털 인재양성’을 교육분야 국정과제 2호로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창덕여중은 2015년부터 서울시 유일의 미래학교 연구학교에 지정됐다. 앞서 윤 당선인은 ‘디지털 인재양성’을 후보 시절 교육공약으로 내놓았다.
A 위원은 최근 ‘인수위 내부 갑질 의혹’ 논란의 당사자기도 하다. 최근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에서 해촉됐던 조상규 변호사는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A 위원이 자신이 출연한 방송을 안 봤다고 호통치고 부처 사람들을 정신 교육했다”며 이른바 ‘갑질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정치권과 교육계는 일부 독단적인 인수위원들의 설익은 국정과제 선정에 새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인수위원 한사람 뜻에 따라 국정과제가 좌우된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총괄’이란 직함 아래 교육 국정과제를 해당 위원 ‘마음대로’ 순위를 선정한 것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계 관계자도 “인수위원들은 짧은 시간 동안에 다양한 집단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ㆍ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런데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무소불위의 존재라도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완장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면서 “새 정부는 국정철학으로 ‘협치’를 내세웠는데, 윤석열 당선인이 이를 정말로 중시한다면 해당 인수위원에 대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인수위는 창덕여중을 방문하고 난후 보도자료를 통해 “현장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국정과제를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