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체르노빌 원전 인근 붉은숲에 참호 팠다가 피폭”...증명 영상 나왔다

입력 2022-04-07 10:58 수정 2022-04-0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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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있었던 체르노빌 원전 인근에 참호를 팠다가 다수가 피폭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헤르만 하루시첸코 우크라이나 에너지장관은 5일(현지시간)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일시 점령했던 체르노빌 원전 근처에서 러시아병이 피폭해 75명 전후가 벨라루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중대한 피폭이 일어난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하루시첸코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 주변에는 1986년 사고 때 방사성 폐기물로 심하게 오염된 곳이 있는데, 러시아 병사들은 우크라이나군 에 대한 방어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지면을 파헤쳤다. 하르시첸코는 “방사성 폐기물로 오염된 곳을 파라는 지시를 내릴 수는 없다”면서 러시아군의 명령 계통을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 장관 헤르만 하루시첸코. 출처 : 에네르고아톰 (Energoatom)
▲우크라이나 에너지 장관 헤르만 하루시첸코. 출처 : 에네르고아톰 (Energoatom)

앞서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업체 에네르고아톰은 지난달 말 체르노빌 원전을 점거한 러시아군이 5주 만에 이곳을 떠나 벨라루스 접경으로 이동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일대에서 가장 오염이 심각한 ‘붉은 숲(Red Forest)’에 요새와 참호를 건설하고 있다고도 했다. 붉은 숲은 체르노빌 원전을 둘러싼 숲으로, 사고 당시 다량의 방사선을 흡수한 소나무가 색이 붉게 변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체르노빌 원전은 1986년 폭발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대거 누출된 곳으로, 지난달 24일 러시아군이 점령하면서 원전 안전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에네르고아톰의 페트로 코틴 사장은 지난달 19일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남부 자폴로지 원전을 점령한 러시아군은 포격의 위험성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며 “사용이 끝난 핵연료의 저장시설이 공격을 받으면 방사성 물질이 확산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원전에는 약 500명의 러시아 병사와 약 50대의 군용 차량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원전을 점거한 이유는 원전에 머물면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러시아군이 붉은 숲에 참호를 팠다는 하루시첸코의 증언이 나온 날 이를 입증하는 영상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6일 해당 영상을 공식 트위터에 공유했다. 해당 영상은 날짜 표시가 없는 데다 출처도 불분명하며, 드론으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상에는 원전 사고 현장을 덮고 있는 석관 이미지로 이어지는 연속 촬영으로, 파헤쳐진 듯한 땅을 보여주고 있다. 영상에서 해당 지역은 원전으로부터 약 3.5km(2마일) 떨어진 곳에 있으며, 지도상의 위치와 일치하는 도로를 볼 수 있다.

러시아가 체르노빌을 점령한 동안 현장에 있던 익명의 우크라이나 인부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이 장갑차를 몰고 붉은 숲을 통과했고 방사능 먼지에 몸을 노출했다. 한 근로자는 일부 부대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따른 참사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에 의해 파헤쳐진 것으로 보이는 체르노빌 원전 인근 땅. (우크라이나 정부 트위터)
▲러시아군에 의해 파헤쳐진 것으로 보이는 체르노빌 원전 인근 땅. (우크라이나 정부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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