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산업은행 이전을 반대합니다(?)

입력 2022-03-30 07:36 수정 2022-03-3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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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용산 이전에 대한 찬반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반대론자들이 내세우는 주장 상당수는 억지이거나, 용산 개발 제한, 안보 공백 등 팩트가 틀린 주장인 것들이 태반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추진 배경은 과거 대통령들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유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광화문이 아닌 용산으로 위치가 다를 뿐이다.

업무 효율성과 집중화,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 현재의 청와대에서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에 상당수 국민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 이전에 직접적인 당사자인 서울시민들은 반대보다 찬성이 높다. 청와대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관 부속실이 한 건물에 있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에 대한 각종 억측에 시달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필자 역시 청와대 용산 이전에 찬성한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 이전은 같은 논리로 반대한다.

왜 윤 당선인은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관 부속실이 하나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산업은행은 본점 하나만 옮겨도 된다고 생각하나.

본점 하나 옮겨도 되는 곳은 산업은행이 아니라 오히려 대법원과 대검찰청이다. 직접 재판이나 수사를 거의 하지 않는 대법원과 대검찰청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으나 지방에 있으나 업무 효율성, 국민 편의성에 큰 차이가 없다.

대법원 근무 재판관들이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관두지 않지만, 산업은행은 본점 하나 덜렁 지방으로 이전하면 신규 인력 조달과 유출은 심각하다.

지방으로 이전한 한 공기업은 실제로 초기 직원의 지방 정착률은 20%에 그쳤다. 지금도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주로 이전한 국민연금은 아직도 우수 운용 인력의 이탈에 고민하고 있다.

실효성도 떨어진다. 산업은행의 경우 서울 본점에 근무하는 1700여 명 중 본사를 서울에 둔 대기업을 상대로 한 구조 조정 관련 부서 등을 제외하면 지방 이전이 가능한 인력은 800여 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예탁결제원 본점 부산 이전을 7년 동안 봐 온 증권업계에서는 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통한 지방균형 발전이 허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2015년에 부산으로 이전한 예탁원을 봐도 그렇다. 예탁원이 부산으로 이전한 지 7년이 넘었지만, 예탁원의 부산 본점 근무 비율이 50%대에 그치고 있다. 예탁원 측은 “부산은 항상 60% 이상, 서울은 40% 이하 비율로 한다”면서 “그러나 인사 등 때문에 5~10%는 유동적”이라고 설명했다.

통계로도 거래소 등 선거용 생색내기 부산 이전은 지방균형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부산시 금융업의 지역 내 총부가가치율은 2018년 7.1%에서 2019년 6.9%로 감소했다. 이렇게 한두 개 기관 본점 이전하는 방식은 절대로 지방 균형 발전에 도움 되지 않는다.

제대로 지역균형발전도 이루고, 이전한 기관들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세종시 모델이 해법이다. 2005년 행정 중심복합도시 특별법을 만들고 2012년부터 이전을 시작한 부처들은 처음에는 불만이 많았다. 두 집 살림하면서 주말부부 하던 공무원들은 현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두 개 부처가 아닌 대부분의 부처가 대규모로 옮기고 나니, 자연스럽게 인프라가 갖춰졌고, 주거와 교육까지 해결된 지금은 오히려 세종시를 벗어나기 싫어한다.

세종시처럼 하나의 신도시를 만들어 그 안에 금융 관련 국책기관과 금융기관을 모아야 한다. 산업은행뿐 아니라 다른 국책 금융기관과 거래소, 예탁원 등 증권기관은 물론 금융감독원과 FIU(금융정보분석원)등도 하나의 금융허브 신도시에 하나로 이전해야 한다.

그러면 업무 효율성이나, 인력 유출, 고급 인력 조달 어려움도 해소되고, 지역 경제 활성화도 실제로 끌어낼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임기 5년 동안 금융허브 신도시 플랜을 짜고 입법을 통해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임기 이후에 이전해서 자리 잡아도 국민은 윤 당선인의 성과로 기억할 것이다.

세종시로 부처 이전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걸쳐 이뤄졌다고 해도 모든 국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과로 기억하고 있지 않나.

지방균형발전은 본점 하나 내려 보내고, 지역 인사를 총리나 장관 시킨다고 되지 않는다.

논밭이던 세종시가 천지개벽해 행정 도시가 됐듯이,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 사법 관련이 모여 있는 사법도시, 국회도시, 금융도시가 전국 곳곳에 생길 때 진정한 지역균형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비대면으로도 업무가 돌아가는 것을 경험한 이때가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을 이뤄낼 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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