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정책에서 폐기할 것, 수정·보완할 것, 계승하고 강화해야 할 것을 정리하는 일이 먼저다. 기실 버려야 할 것투성이다. ‘소득주도성장’ 같은 엉터리부터, 집값만 폭등시킨 부동산과 세금, 기업 숨통을 죄어온 반(反)시장 규제와 개혁에 역행한 노동정책, 에너지 안보를 망가뜨린 탈(脫)원전과 허황하기 짝이 없는 탄소중립계획, 돈 쏟아붓기 일변도로 나랏빚만 늘린 재정운용, 한미동맹을 훼손하고 북한 핵위협을 키운 외교·안보노선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다.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해 과감한 수술로 정책 청사진을 새로 짜고 윤석열 정부 성공과 대한민국 번영을 이끄는 초석(礎石)을 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새 정부를 구성하는 첫 조각(組閣)과 대통령 핵심 참모진의 인사다. 측근 멀리하고 두루 인재를 구하라는 말은 쉬운데 실천이 안 된다. 인사가 만사(萬事)이지만 역대 정권에서 늘 말썽이었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과 ‘강부자’(강남 땅부자), 박근혜 정부의 ‘올드보이·불통·돌려막기’ 인사가 그랬다. 지금 문재인 정부도 ‘만사참통’(모든 것은 참여연대로 통한다)에서 시작해 끝까지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로 일관했다. 변변한 실력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요직을 차고 앉아 어설픈 이념의 마구잡이 정책을 만들고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결과가 민심이반과 정권교체다. 잘못된 인사가 정권의 실패를 가져온 망사(亡事)가 됐다.
새 정부가 반드시 되새기고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탕평(蕩平)과 통합을 위해 정부의 얼굴인 책임총리에 누구를 모셔올 것인지, 내각과 권력기관장에 어떤 인물을 앉힐 것이지, 그 진용의 짜임새가 앞으로 5년 윤석열 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양날의 칼이다. 잘못되면 정권을 흔들고 대통령 자신을 겨누는 치명적인 화살이 된다.
문재인 정부 고위 공무원 가운데 새 정부 철학에 맞고 전문성 있는 인물은 계속 기용할 것이라고 한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 옳은 방향이다. 진위를 알 수 없지만 김부겸 총리의 유임론도 나왔다. 물론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성사된다면 최상의 인사일 수 있다. 어느 때보다 깊게 골이 파인 지역·진영·계층·세대·젠더 간 분열의 극복이 최우선 과제다. 나를 지지하지 않은 적(敵)을 껴안는 담대한 인사가 절실하다.
미국의 가장 위대했던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포용적 용인술이 자주 조명된다. 유난히 정적이 많았던 그는 공화당 출신이었다. 하지만 링컨이 가장 중요한 전쟁장관으로 끌어들인 인물은 지나친 적대감과 경멸적 언사로 자신을 비판했던 민주당의 에드윈 스탠튼이었다. 주변의 반대에 링컨은 “내게는 아니지만 나라에 도움 된다”고 설득했다. 스탠튼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미국 분열을 막고, 훗날 1달러 지폐의 얼굴이 된다. 링컨은 또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전의 최대 경쟁자였던 윌리엄 슈어드를 국무장관에 앉혔다. 슈어드는 링컨을 대놓고 무시했었지만 결국 최대 조력자가 되고, 1867년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720만 달러의 헐값에 사들여 영토에 편입함으로써 역사상 최고의 국무장관으로 남는다.
이후 많은 대통령들이 벤치마킹했다. 민주당의 존 F 케네디가 공화당 명망가인 로버트 맥나마라와 존 매콘을 각각 국방장관과 중앙정보국(CIA) 수장에 기용했다. 버락 오바마는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발탁했고, 이전 공화당 부시 행정부의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게이츠를 유임시켰다. ‘라이벌들의 조합’(team of rivals)이 국가 성공을 위한 지도자 리더십의 요체다.
어느 정권에서나 오만과 불통의 연고·정실·보은·코드 인사로 실패를 자초한 사례가 쌓여 있다. 아는 사람, 믿는 사람, 듣기 좋은 말 하는 사람만 쓰려 했던 인사권자의 협량(狹量) 탓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5년 전 취임사에서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하겠다”고 강조했었다. 그 약속 되짚을 가치도 없다. 경제와 안보의 총체적 위기, 갈라지고 찢긴 분열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국론 결집이 시급하다. 통합의 상징성, 엄격한 도덕성과 탁월한 능력을 갖춰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고 멸사봉공(滅私奉公)할 인물을 찾아야 한다. kunny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