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현대일렉트릭 지분 전량매각
상징성 사라진 HMM 지분도 처분
범현대가 주요 지분 점진적 축소해
현대자동차가 그동안 보유해온 한국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범(凡)현대가 주요 계열사 지분의 전량매각은 2018년 현대일렉트릭, 2020년 HMM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8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이들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축소 중이다.
17일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보유 중이던 한국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지난해 하반기 전량 매각했다. 3년 전부터 단계적인 지분 정리를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처분한 지분은 1%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사업보고서를 통해 확인한 매각 지분은 49만6431주(약 0.8%) 전량이다. 장부가액 기준 1771억6500만 원 규모다.
앞서 현대차는 한국조선해양의 보유지분을 단계적으로 줄였다. 2020년 하반기 2.31%(163만2860주)였던 지분은 지난해 상반기 0.8%(49만6431주)로 감소했다. 하반기에는 남아있던 지분마저 전량 매각한 것이다.
점진적 지분 매각은 장외시장 ‘블록딜’에 따른 차익 손실과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한편, 지분 보유의 상징성이 떨어진 이들과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미래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범현대가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은 정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던 2018년(당시 수석부회장) 시작했다.
2018년 현대일렉트릭 지분(2.1%) 전량 매각한 이후 2020년에는 현대상선(現 HMM) 지분을 단계적으로 축소한 끝에 모두 매각했다. HMM의 경우 사실상 범현대가와 연결고리가 끊어진 만큼 “지분 보유의 상징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게 당시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었다. 현대상선은 상징성이 큰 계열사였다. 현대차는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현대그룹과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현대상선 지분은 쥐고 있었다. 그만큼 범현대가에서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사이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계열사였다.
현재 현대차가 쥔 범현대가 계열사 지분은 △현대중공업지주(2.21%) △현대오일뱅크(4.35%) △현대아산(1.40%) △현대엠파트너스(9.29%) △현대그린푸드(2.36%) 등이다. 이들 역시 단계적으로 지분을 축소하거나 축소 이후 전량 매각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과거 주요 계열사가 상호 지분을 보유하며 ‘보여주기식’ 경영 행보를 이어왔던 것과 달리, 정의선 시대가 본격화된 이후 ‘실리와 효율성’ 중심의 경영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범현대가는 서로의 지분을 상징적으로 보유해왔고, 2015년 이후 이들이 상호 보유지분을 축소하기 시작했다”며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실리와 효율성 중심의 경영체계가 확산 중이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래 사업 추진과 관련 사항이 없는 만큼, 해당 지분을 보유할 명분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