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임형근 BGF리테일 해외사업실장 “편의점도 어엿한 수출 산업…CU, 해외 영토 넓힐 것”

입력 2022-03-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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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근 BGF리테일 해외사업실장 상무 (사진제공=BGF리테일)
▲임형근 BGF리테일 해외사업실장 상무 (사진제공=BGF리테일)

“우리나라 편의점도 이제 세계적인 브랜드 하나쯤은 있어야 할 때입니다.”

임형근 BGF리테일 해외사업실장(상무)은 17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CU의 해외 진출 이유를 한 문장으로 설명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국내 업계 최초로 2018년 몽골,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점포를 개점하며 세계 시장에서 'K편의점'의 위상을 높이는 선두주자로 뛰고 있다.

30여년전 국내 도입 초기 담배, 음료수, 삼각김밥 등을 팔던 편의점은 택배, 금융 등 첨단 서비스는 물론 무인매대, 원격점포관리, 안면인식 결제, AI결제 로봇, 메타버스까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미래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유통업계 전체 매출에서 15.9%를 차지하며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15.7%)을 지난해 처음으로 넘어설 정도로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확고해졌다.(GS25·CU·세븐일레븐 3사 vs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대형마트 3사 비교) 국내에서의 성공 전략을 발판 삼아 해외로 나갈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젊은층 인구 많은 몽골ㆍ말레이시아, 진출국으로 선택

CU의 해외 진출에 대해 당초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해외에서는 일본 편의점 업체들의 존재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CU는 현재 몽골, 말레이시아에서 각각 190여 점, 80여 점의 편의점을 운영중이다. 특히 몽골에서는 점포 수 기준 시장 선두에 올라 있다.

임 상무는 “CU는 30년 동안 전문적인 편의점 사업 역량을 키워왔다”며 “이러한 노하우를 집약해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나라 편의점 모델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성장시키기 위한 비전을 세웠다”고 했다.

CU는 해외 진출을 결정한 이후 여러 시나리오를 짰다. 어느 국가에 점포를 열고, 어떤 형식으로 진출하는지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임직원들이 여러 차례 토론을 벌였다.

임 상무는 “인구구조 중 젊은 층 구성비가 높아 소비 패턴 변화가 시작되는 개발도상국에서 편의점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크다”라며 “몽골, 말레이시아는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CU가 진출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몽골의 경우 새로운 유통 채널이 전무했기 때문에 CU가 몽골의 첫 편의점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현지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 여행이 버킷리스트로 꼽힐 정도로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그 덕분인지 자체 조사 결과 60% 이상이 CU를 이미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운영 형태는 마스터 프랜차이즈(MFC)를 택했다. 현지 업체에 브랜드 이름을 빌려주는 대신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다.

그는 “현재까지 해외에 직접 진출한 우리나라 유통기업들은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며 “국가별로 소매유통에 대한 자국 내 기업 보호 정책이 있기 때문에 브랜드 파워와 전문적인 노하우가 있다면 MFC가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국 상품 비중 높이면서 현지 니즈 충족시킨 전략 주효”

CU 점포에 대한 현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CU 1호 점포 오픈 직전 100m가 넘는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경찰이 출동했을 정도다. 최근에 오픈한 IOI 시티몰점에는 하루 평균 3000여 명의 고객이 몰리고 있다.

몽골에서는 신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단독 입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 칭기즈칸 국제공항은 일본 정부가 과반 이상 투자해 건설한 만큼 한국 브랜드인 CU가 입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하지만 현지 브랜드 파워와 고객 선호도 등을 앞세워 6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CU가 운영권을 따냈다.

성과를 낸 비결로 임 상무는 ‘맞춤형 편의공간 전략’을 꼽았다. 편의점을 단순히 식음료 제품을 판매하는 장소로 한정짓지 않고, 현지인에게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는 “몽골의 경우 고객의 숨겨진 니즈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실제 우리나라 배달 서비스를 몽골에 도입해 수십 만 모바일 유저를 불러 모았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매우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한국 문화를 접하고 싶은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국 상품 비중을 높이고, 넓은 시식 공간을 확보해 머무르고 싶은 공간 연출에도 신경을 썼다.

특히 말레이시아인들이 매운 음식을 선호한다는 성향을 파악해 CU는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은 매운맛 음식을 대거 진열했다. 임 상무는 “파트너사와 함께 현지 법령이나 사회, 문화, 소매 패턴 현황에 대해 사전조사를 꼼꼼하게 준비한 것이 빠른 시장 안착에 매우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그는 “현지화와 한국화 어느 한 가지 전략을 고수하기보다는 현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맞추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며 “몽골과 말레이시아 모두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인기가 높은 만큼 다양한 한국 상품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각국 문화를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사업 확대해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에서 이길 것”

▲임형근 BGF리테일 해외사업실장 상무 (사진제공=BGF리테일)
▲임형근 BGF리테일 해외사업실장 상무 (사진제공=BGF리테일)
해외 진출에 대한 성과는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임 상무는 “매출 증가에 따라 로열티 수입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해외 사업이 회사 전체 실적에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그리 크지 않지만 성장세를 감안할때 해외 사업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파트너사의 성장을 볼 때도 뿌듯하다”라며 “몽골에서 CU를 운영하는 파트너사인 센트럴 익스프레스사는 작년에 현지에서 증권시장 상장을 했다. 당시 기업공개(IPO) 주관사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몽골 IPO 역대 최대 규모의 공모액을 모집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난관도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현지 업무가 일부 중단되기도 했다. 임 상무는 “개점하기까지 다양한 변수가 생기고 불확실성이 많아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했다”며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지 파트너사와 신뢰를 쌓고 긴밀하게 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CU는 해외진출 사업을 계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몽골은 2022년까지 300여 점 이상, 말레이시아는 2025년까지 500점 이상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몽골, 말레이시아에 이어 또다른 국가 진출도 추진한다. 임 상무는 “구체적인 국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진출을 염두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아시아를 넘어 더욱 다양한 지역의 국가 진출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편의점도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 산업으로서 입지가 더욱 넓어질 것”이라며 “향후 해외에서 글로벌 편의점 브랜드와 한국 편의점 브랜드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CU는 그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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