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막장 드라마’…K-콘텐츠 발전 저해 우려

입력 2022-03-1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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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신사와 아가씨’ 방송화면
▲출처=‘신사와 아가씨’ 방송화면

욕하면서도 본다.

역시나 ‘막장’ 드라마의 공식은 통했다. 개연성 없이 자극적인 요소만 강조하지만 시청률은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JTBC ‘서른, 아홉’,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3’, IHQ ‘스폰서’, KBS 2TV ‘신사와 아가씨’ 등이 그렇다. 15세 관람가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을 내보내지만 안정적인 시청률로 막장극의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막장 드라마들이 어렵게 쌓아온 ‘K-콘텐츠’의 위상을 흔들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청률 38%를 돌파한 ‘신사와 아가씨’는 최근 주인공 이영국(지현우)의 기억상실증 설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 비서 조사라(박하나)가 기억을 상실한 이영국을 속여 결혼을 계획했다 실패했다 반복하고 있는 것. 이에 이영국과 그의 연인 박단단(이세희)도 이별과 재결합을 오가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런 전개에 황당할 따름이다. 여기에 불법 뒷조사와 폭행, 감금 등 시대착오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으로 시청자의 질타를 받고 있다. KBS시청자권익센터와 공식 홈페이지에는 “요즘 시청자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출처=‘결사곡3’ 방송화면
▲출처=‘결사곡3’ 방송화면

‘결혼작사 이혼작곡3’는 대놓고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새롭게 돌아온 세 번째 시즌에서는 세 남자 주인공이 각기 다른 이유로 불륜을 저질렀고 나란히 이혼 후 내연녀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이지만 부적절한 관계, 노출과 폭력 등 등급에 적절하지 않은 장면이 펼쳐진다. 전 시모인 김동미(이혜숙)는 사피영(박주미)과의 갈등 끝에 뺨을 때리는가 하면, 배우들의 첫날밤이 그려지는데 노출도 과감하게 보여준다. 또 4회에서는 사망한 신기림(노주현)의 원혼이 손녀의 몸에 빙의되는 등 황당한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

‘막장’ 드라마로 분류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손예진 주연의 ‘서른, 아홉’ 또한 선정적인 묘사가 이어져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세 친구의 우정을 그린 드라마라고 소개됐지만, 술을 마신 남녀가 우발적으로 하룻밤을 보낸 뒤 만남을 지속하는 설정과 두 남녀가 불륜을 이어가는 점, 캐릭터가 유흥업소 접대부로 나오는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설정으로 작품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무리 시한부라는 사연이 있다고 해도 가정이 있는 남자와 연인 관계를 지속하는 게 ‘정서적 교감’으로 포장될 수 있냐는 것이다.

‘스폰서’는 막장극의 신흥강자로 불린다. 제목 그대로의 원색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극 중 한채린(한채영)이 박회장(박근형)의 스폰을 받는 전개나 현승훈(구자성)에게 잠자리를 제안하는 장면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드라마 측은 “고혹적인 분위기”, “어른들의 농밀한 케미스트리”라고 포장하지만, ‘스폰서’로 얽힌 이들의 관계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제공=빅토리콘텐츠
▲사진제공=빅토리콘텐츠

일각에서는 막장 드라마의 인기가 코로나19 장기화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적으로 지치다 보니 원색적이고 본능적인 것에 이끌리며, 또 분노를 대리표출해주는 인물들 또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 또한 ‘막장 드라마’에 익숙해진 분위기다. 넷플릭스 등 OTT매체를 통해 사이코패스, 불륜과 살인 등의 자극적인 설정의 해외 드라마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 국내 막장 드라마에 대한 거부감을 낮췄다는 분석도 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손쉽게 이끌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흥행이나 콘텐츠 경쟁력면에서는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징어 게임’, ‘지옥’, ‘소년심판’ 등 뛰어난 작품성으로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런 막장 드라마들이 앞으로 K-콘텐츠의 발전까지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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