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해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14일 함 부회장과 하나은행 등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불완전판매 여부가 문제된 886건(가입금액 1837억 원 상당)의 계좌에 대해 판매과정에서 ‘적합성원칙’, ‘적정성원칙’, ‘설명의무 및 설명서 교부의무’, ‘녹취의무’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와 불완전판매를 하나은행이 초래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라며 “재판부는 계좌 886건 모두의 불완전판매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규모가 막대하고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도외시하고 기업 이윤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은행의 공공성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와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며 “임원진은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상품은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등 해외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금리 중 어느 하나라도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이 나는 구조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5월까지 하나은행 일부 지점에서 불완전 판매 정황이 드러났다. 일반 투자자의 투자성향 등급을 투자자 정보 확인서 내용과 달리 ‘공격 투자형’으로 임의 상향해 전산에 입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 일부 지점은 투자자가 DLF 상품을 가입하는 과정에서 상품의 내용과 위험성을 설명 받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하는 절차인 서명을 받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하나은행이 상품을 불완전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이에 금융위는 하나은행에 2020년 3월 사모집합투자증권 투자중개업 신규업무 6개월 정지와 과태로 167억8000만 원을 부과했다.
금감원은 당시 하나은행장이던 함 부회장에게 불완전 판매책임이 있다고 보고 문책경고(금융권 취업 3년 제한) 징계를 내렸다. 문책경고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이에 하나은행은 금융위를 상대로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함 부회장도 금감원을 상대로 문책경고 취소 소송을 냈다. 함 부회장은 DLF 상품 판매를 위한 의사 결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징계는 부당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재판 결과로 함 부회장의 차기 회장 선임에 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함 부회장은 11일 하나은행장 시절 채용비리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아 25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 선출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날 법원이 업무정지 처분에서 금융당국에 손을 들어주며 주주총회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