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낙선이 확정되자 지지자들이 뿔났다. 이 후보 승복선언 기자회견을 위해 협조를 부탁하는 당직자들에게 욕설을 담은 고성을 지르며 위협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박빙인 출구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신승을 거둔다는 내부 분석에 따라 ‘축제의 장’을 준비했었다.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 승리 퍼포먼스를 할 무대를 마련하는 한편 당사 기자실은 개방해 지지자들이 개표 중계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줬다.
그러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패배가 확실시되자 이 후보 동선 계획을 변경했다.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한 개표상황실을 들르지 않고 경기 성남시 자택에서 곧바로 당사로 향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에 기자실에 모인 지지자들을 철수시키기도 전에 취재진이 먼저 도착했다. 기자가 당사를 찾아 만난 지지자들은 망연자실해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당직자가 이 후보 기자회견 진행을 위해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청하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후보님을 혼자 두란 이야기냐” “언론이 먼저냐, 지지자가 먼저냐” “3~4년을 고생하며 좇아다녔는데 어떻게 나가라고 하나. 후보님이 나가라면 나가겠다” “당직자들이나 다 나가라” 등이라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당직자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내뱉는 지지자도 있었다.
이에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정진욱 대변인이 나서 “이 자리에 마음 아프지 않은 분, 답답하고 화나지 않는 분은 없다. 그런 마음을 표현하신 것 같고 충분히 이해한다”며 “다만 후보가 오셨는데 우리가 혼란스런 모습보다는 좀 더 질서정연하게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지지자들이 자리를 지키자 당직자들은 취재진에 은밀하게 2층 기자실에서 4층 회의실로 장소를 옮긴다고 알리고, 회의실 입구를 막은 채 기자들만 들였다.
우여곡절 끝에 기자회견 자리가 정리되자 추미애 명예선대위원장과 선대위 대변인단, 이원욱·안민석·서영교 등 중진 의원들도 등장했다.
그 후 30여분 뒤 당사에 도착한 이 후보는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기자회견장에 나서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선대위 동지와 자원봉사자, 지지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뜨거운 헌신에 고마움을 전한다”고 인사했다.
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께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당선인께서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모든 건 제 부족함 때문이다.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니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제게 있다”고 승복선언을 했다.
그 뒤 이 후보는 질의응답은 생략한 채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