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과잉 생산한 쌀을 수매하는 과정에서 농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농민들은 수매용 쌀을 입찰하는데 최저가 낙찰 방식을 도입해 가격을 낮췄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쌀 생산량은 388만1600톤으로 기후가 나빠 작황이 좋지 않았던 전년 350만7000톤보다 약 37만 톤 이상이 늘었다. 쌀 추정 수요량은 361만 톤으로 초과분은 약 27만 톤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지난달 20만 톤을 시장격리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쌀을 사들여 비축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진행한 입찰에서 최종 낙찰 물량은 20만 톤 가운데 73% 수준인 14만5000여 톤으로 5만5000여 톤은 유찰됐다.
농업계에서는 정부가 쌀을 사들이는 경매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정부가 쌀을 입찰하는 방식은 '역경매 방식'으로 최저가격을 정하지 않고 일정 가격(정부 예정가격) 아래로 써낸 대상에 대해 낮은 가격을 제시한 순으로 물량을 사들인다. 이 경우 시장원리대로 최저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농업계의 지적이다.
농민단체에 따르면 최근 입찰에서 낙찰된 쌀 14만5000톤의 평균 낙찰가는 40㎏ 기준 6만3763원으로 당초 농민들이 원했던 7만4300원과 약 1만 원 차이가 났다.
이에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와 전국쌀생산자협회,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5개 농업인단체는 성명을 내고 "농가보유 물량을 우선 수매한다고 농업인들의 기대치를 올려놓고 입찰예정가격은 낮추며 쌀값이 더 떨어지도록 유도한 것"이라며 "낙찰가격 자체가 크게 낮은 데다 벼 수분 조절에 들어가는 비용과 정선비·포대비·상차비 등도 부담해야 하는 걸 고려하면 농민들은 헐값에 판매하는 것과 같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도 수매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은 앞서 11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조달이라는 측면에서 입찰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고 예가(기준가격) 공개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이를 너무 낮게 잡았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다"며 "양곡관리법 개정 취지에 맞게 시장격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수확기 이후 초과생산량을 격리할 때는 농가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입찰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경쟁입찰이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또 이미 출하한 농민들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 매입가격과 현재 시세를 고려하면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후속조치 상황과 시장을 모니터링 하면서 미낙찰 물량 약 5만5000톤과 나머지 과잉 생산분 7만 톤 등 12만 톤에 대한 추가 격리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