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세계 첫 초거대 AI 기반 아티스트가 공개됐다. 지난해 5월 LG가 공언한 ‘창조적 초거대 AI’ 개발 계획이 이번 뉴욕 패션 위크에서 실현한 것이다.
LG AI연구원은 ‘틸다’를 시작으로 향후 제조∙연구∙서비스∙교육∙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돕고, 인간과 협력하는 전문가 AI 휴먼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틸다’는 LG AI 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으로 구현한 첫 번째 AI 인간이다. 지금까지 나온 가상 인간들과 달리 스스로 학습해 사고하고 판단하며, 기존에 없는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고 인간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
LG는 ‘인간과 AI의 연결’을 형상화할 수 있는 ‘~(물결표)’의 기호 이름인 Tilde와 발음이 유사하면서도,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AI 인간의 이름을 ‘틸다(Tilda)’라고 지었다.
‘틸다’는 박윤희 디자이너와 손잡고 ‘금성에서 핀 꽃’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의상들을 뉴욕 패션 위크에서 선보였다.
"무엇을 그리고 싶니?", "금성에 꽃이 핀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틸다’가 사람처럼 여러모로 생각하며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이미지들을 창작하면, 이에 영감을 받은 박윤희 디자이너가 디테일을 더해 의상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진행됐다.
실제로 이번 F/W 컬렉션을 구성하는 200여 개의 의상은 ‘틸다’가 ‘금성에 핀 꽃’이라는 주제로 창작한 3000장이 넘는 이미지와 패턴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다.
‘틸다’와 협업한 박 디자이너는 “사실 뉴욕 패션위크와 같은 큰 무대에 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며 “새로운 디자인과 영감을 찾기 위해서 몇 달 전부터 수십 명의 디자이너와 컬렉션을 준비해야 했는데, 이번에 ‘틸다’와 함께 작업하며 한 달 반 만에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협업은 초거대 AI가 주로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소설이나 에세이, 칼럼 등 텍스트로 된 콘텐츠 창작을 해왔던 것을 넘어 비전 모델을 통해 시각 분야로 창작의 범위를 확대하고 실제로 활용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틸다’는 입력된 언어의 맥락까지 이해해 기존에 없는 이미지를 창작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ity) AI이기 때문에 예술 작품이나 디자인 이미지들을 학습해 유사한 화풍 또는 브랜드 디자인 콘텐츠를 만드는 기존 AI들과 기술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틸다’가 이처럼 스스로 창작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세계 최대 수준인 말뭉치 6000억 개 이상, 텍스트와 결합한 고해상도 이미지 2억5000만 장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틸다의 데뷔컬렉션 주제인 '금성에 핀 꽃'은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기 위한 주제다.
금성은 대기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로 구성되어 온실 효과로 인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행성이다. 지구도 계속해서 환경이 파괴된다면 언젠가 금성처럼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희망을 상징하는 꽃과 결합해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의미를 담으려 했다.
‘틸다’는 패션 위크 일정을 마무리한 이후 독자적인 친환경 패션 브랜드를 발매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패션에 담아 지속해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패션과 미술 분야에 재능을 가진 ‘틸다’는 고객들이 LG의 초거대 AI를 메타버스에서 만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할 예정이다. 특히, 환경 문제에 대한 남다른 고민 의식을 가지고 있는 Z세대들과 소통하는 ‘AI 아티스트’로 활동할 계획이다.
LG AI 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안에 ‘틸다’가 가진 철학을 담은 독자적인 패션 상품들과 예술작품들을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직접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라며, “Z세대와 직접 소통하며 다양한 창작을 함께 해볼 수 있는 메타버스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은 “LG 엑사원은 언어와 이미지 간의 양방향 데이터 생성을 최초로 구현한 초거대 AI로, 이번 뉴욕 패션쇼는 AI 인간 엔진을 탑재한 틸다의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였다”며 “인간과 협력하는 ‘상위 1% 전문가 AI’를 통해 다양한 협업 모델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