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스타트업 업계를 풍자하는 트위터 계정 ‘스타트업 김대표’가 트위터에서 화제다. 지난해 12월 계정을 개설한 이후 3개월 만에 팔로워 7000명이 넘었다. 가상의 인물 스타트업 김대표는 86년생 대치동 출신에 명문대를 거친 전형적인 남성 엘리트다. 열정과 능력을 갖춘 합리적인 최고경영자(CEO)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형적인 젊은 꼰대(?)다. 채용 시 MBTI(성격유형검사)를 맹신하고, 체계 없이 열정만 강조하며 밤늦게 직원들에게 업무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해당 계정은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대체로 공감 간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87년생 대표가 이끄는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직원 A 씨는 “우리 대표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구직자나 직원의 MBTI를 신경 쓴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익명으로 검증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일반화하는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스타트업 재직자들의 만족도는 낮지 않은 편이다. 다만 업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창업자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 1일 스타트업 지원 민간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164명의 창업자들에게 업계 분위기를 100점 만점 점수로 묻자, 평균 79.0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7.7점 높다.
재직자들의 만족도는 소폭 하락했다. 재직자 250명에게 스타트업 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44.4%가 ‘만족’ 또는 ‘매우 만족’이라고 답했다. 전년도(45.6%)보다 1.2%P(포인트) 낮아졌다. ‘불만족’ 또는 ‘매우 불만족’하다는 응답은 15.2%로 전년도(14.4%)보다 0.8%P늘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 비율은 40.4%로 나타났다.
재직자에게 만족을 주는 요인으로는 ‘자율적·수평적 조직문화’(38.8%)가 가장 많이 꼽혔다. 불만족 요인으로는 ‘급여 등 복리후생’(30.4%)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사수 부족’(27.2%)과 ‘낮은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안’(17.6%)도 영향을 미쳤다. 주먹구구식 체계와 불안한 고용 안정성 등은 트위터 속 김 대표의 회사를 떠올리게 한다.
스타트업 김대표는 업계의 성차별 현실도 풍자한다. 트위터 속 김 대표는 여성 후배와 직원을 “컬쳐 핏이 맞지 않는다”며 함부로 자르지만, 아부에 능한 남자 후배나 직원은 대놓고 끌어준다. 남성 VC 역시 여성 벤처 투자를 꺼리며 구조적 성차별에 일조한다.
실제로 여성 벤처는 VC·엔젤 투자를 받은 경험이 남성 기업보다 적다. 여성경제연구소의 2020년 9월 조사에 따르면 엔젤 투자, 엑셀러레이터 투자를 받은 남성 기업의 비율은 6.5%지만, 여성기업은 2.9%에 불과했다. VC 투자를 받은 남성 기업도 9%로 5.3%인 여성 기업보다 많았다.
이는 벤처캐피탈 내 여성 심사역이 적은 데다가, 남성 위주의 투자자 그룹이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서비스나 산업에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기술 산업 분야에서 여성 스타트업의 비율이 낮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김학섭 한국여성벤처협회 사무국장은 “기술 산업 분야에서 여성 기업이 적어 남성 주류 네트워크가 대부분이고, 사업에서 인적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보니 여성기업인에게 애로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에서 추진 중인 여성전용 벤처펀드가 투자 촉진에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으나, 수요 대비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협회 차원에서 펀드 확대를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자체적으로 투자 유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