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업시장에서 이른바 '멀티플레이 점포'가 인기다.
멀티플레이 점포란 한 점포 내에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고객 수요를 창출해 내고 있는 점포를 말하는 것으로, 단순히 하나의 메뉴에 다른 메뉴를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각각의 업종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결합하는 형태를 일컫는다.
특히 요즘 같은 장기 불황에는 궁합이 어울리는 두 가지 이상의 아이템을 한 매장에서 동시에 운영함으로써 각 점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통상 불황기에는 전문점보다는 복합점이 경쟁력이 있다"며 "특히 최근의 멀티플레이 점포는 단순한 메뉴 복합화를 넘어, 점포의 기능 자체를 복합화해 매출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데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하지만 상호 연관성이 부족한 기능을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기는커녕 점포의 정체성이 흐려져 경쟁력을 잃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각기 다른 전문점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
서울 홍대 앞에 위치한 퓨전구이전문점 '온더그릴'을 찾는 손님들을 보면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옆의 테이블에서는 닭고기를, 또 다른 테이블에서는 왕새우를 주문한다.
꼬치에 가지런히 꽂아진 육·해·공 대표 메뉴들은 각각 주문한 테이블에 전해지고, 손님들은 그릴 위에다 직접 고기를 구우면서 마치 야외에 나와 바비큐 파티를 하는 느낌으로 한때를 즐긴다.
이곳은 한 점포 내에서 여러 점포의 기능을 하고 있는 이른바 '멀티플레이 점포'다. 쇠고기구이집이면서 돼기고기구이집이고, 동시에 닭꼬치집이며, 왕새우꼬치구이집이기도 한 것.
단순한 메뉴 복합화가 아니라, 최적의 '제품 믹스(product mix)'를 통해 각기 다른 전문점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했다.
서보현(38) 점주는 "한 극장 내에서 여러 영화를 상영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처럼, 여기는 한 곳에서 다양한 구이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렉스 구이전문점"이라고 말했다.
온더그릴 홍대점에서는 다양한 메뉴를 통해 요즘 같은 불황에도 118㎡(36평) 점포에서 월평균 6500만원 매출에, 220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 독서도 하고 책도 보고... 멀티 카페 '인기'
서울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젤라또 아이스크림 카페 '카페띠아모'를 찾는 손님들은 아이스크림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책도 보는 등 그야말로 다양한 먹을거리와 놀거리를 즐긴다.
아이스크림에 커피와 와플을 접목해 메뉴 복합화를 구현했고, 북존이나 인터넷존 등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추가해 진정한 멀티플레이 점포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곳에서는 홈메이드 방식으로 매장에서 직접 만든 정통 이탈리아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에스프레소커피, 정통 벨기에 와플 등을 맛볼 수 있다.
커피 역시 유명한 이탈리아산 라바짜 원두만을 고집, 일반 커피와 비교해 원가는 높지만 맛과 향이 좋아 커피 수요가 늘고 있다. 먹는 즐거움뿐 아니라 노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북존에서는 잡지, 소설, 에세이 등 400여 권에 이르는 책을 골라 볼 수 있고, 전용 인터넷선이 설치된 인터넷존에서는 마음껏 웹서핑을 즐길 수도 있다.
점주 오은진(40)씨는 "점포 컨셉트를 바꾸고 나서 매출이 3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테마형 룸카페 '카페루미'도 카페, 보드게임방, PC방, 스터디룸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는 1인당 6000원을 내면 2∼3시간 동안 자기만의 공간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며 TV를 볼 수도 있고, 보드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도 있으며, 친구와 함께 스터디를 하고, 소그룹 회의 또는 세미나도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생일파티나 프로포즈 등을 위한 이벤트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 곳에서는 주변 외식 점포와 연동한 제휴를 통해 치킨, 중식, 피자, 분식 전문점 전화번호와 메뉴를 카페 룸 안에 배치, 주문 가능케 했다.
◆ 시간대별 점포 기능 변화로 매출 증대
시간대별로 점포의 기능을 달리해 다양한 고객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매출 증대 효과를 보고 있는 멀티플레이 점포들도 등장했다.
일본라멘&마끼전문점 '멘무샤'는 낮에는 '라멘전문점'으로 영업을 하다가, 밤이 되면 ‘사케전문점’으로 변신해 퇴근 후 직장인들이 부담 없이 사케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점심시간 즈음부터 오후까지는 일본 라멘의 느끼한 맛을 없애고, 사골 등으로 육수를 만들어 담백한 맛을 살린 돈코츠라멘, 미소라멘, 쇼유라멘 등을 판매한다.
저녁에는 준마이다이긴조, 혼죠조야마다니시키 등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10여 가지 이상의 사케와 도미뱃살조림, 간사이 오뎅탕 등의 일식 안주류를 맛볼 수 있다.
'멘무샤' 뱅뱅사거리점을 운영하는 이철규(47)씨는 "점포 운영 시간이 길어져 체력 부담이 조금 있긴 하지만, 돈 버는 재미에 솔직히 힘든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곳은 요즘 66㎡(20평) 점포에서 월평균 3000만원 매출에 700만원 정도 순익을 올리고 있다.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치킨호프'로 멀티플레이 영업을 하는 치킨호프전문점도 있다.
서울 신도림역 부근에 있는 카페형 치킨호프전문점 '치킨매니아'는 내부 인테리어를 유럽풍 카페 스타일로 꾸몄다.
세련된 그린톤과 화사한 파스텔톤이 조화를 이루는 색채, 벽돌을 아치형으로 쌓아 올려 멋을 낸 벽, 꽃무늬가 수놓아진 패브릭 소파 등은 영락없는 카페 분위기다.
예쁜 인테리어를 활용하기 위해 낮 시간에는 커피, 주스 등을 판매하며 카페처럼 운영하고, 밤에는 본업인 치킨호프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설명>
최근 창업시장에서는 다양한 메뉴와 기능을 겸비한 '멀티플레이형' 점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육류부터 해산물까지 다양한 메뉴를 구비해 손님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퓨전구이전문점 '온 더 그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