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던 ‘BMW 화재사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변론기일이 정해졌다. 이에 따라 소송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이달 법관 인사를 앞두고 있어 단순한 쟁점 정리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1부(강민성 부장판사)는 BMW코리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변론기일을 3월 10일로 지정했다.
해당 사건 접수는 2018년 8월이었으나 2019년 첫 변론기일 이후 3년째 1심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민사21부에서 진행되는 BMW코리아 손해배상 소송 사건의 마지막 변론기일은 지난해 6월 10일이었다.
반면, 같은 사건이 접수된 다른 재판부의 진행속도는 더 더디다. 민사31부의 경우 2020년에 마지막 변론기일을 열었고, 또 다른 재판부는 2018년 사건 접수이래 단 한 번도 변론기일을 잡지 않았다.
그간 손해배상 소송 진행이 늦어진 것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수년째 답보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019년 경찰은 BMW코리아와 임직원 등을 검찰에 사건 송치했고, 이후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5부(박규형 부장검사)는 BMW코리아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섰지만, 이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검찰 수사와 민사 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면 민사 재판부는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뒤 진행한다. 민사 소송에서 확보되는 자료들보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입수되는 자료가 훨씬 방대해 민사 재판부가 이를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결정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민사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모 변호사는 “형사가 민사보다 더 빠르게 처리되기 때문에 민사 재판부는 형사가 진행되는 걸 지켜본 뒤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민사가 형사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 수사가 멈췄는데 민사 변론기일이 잡힌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검찰 수사가 수년째 결론을 짓지 못하자 민사 재판부가 재판을 먼저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다만 2월 법원 정기 인사로 재판부 구성에 변화가 생기면서 새로운 재판부가 사건을 확인, 정리하는 차원에서 변론기일을 잡은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법원에 따르면 21일 법관 정기인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기업 사건을 다루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1부 재판부 중 일부 법관이 다른 법원으로 이동한다. 재판부에 변화가 생기는 만큼 손해배상청구 소송 쟁점 확인 차 변론기일을 지정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BMW 결함 은폐 의혹은 2018년 BMW 차량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BMW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을 시행했다.
BMW 화재 원인을 밝힌 민관합동조사단은 당시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EGR 모듈은 냉각수 누수에 따른 화재가 다수 발생해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조사단은 조사 보고서를 국토교통부에 보고했으나 국토부는 이 내용을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