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부자재 가격마저 잇따라 급상승
한국타이어 테네시공장 생산 안정화
원가 비율 높은 금호타이어 적자 폭↑
80% 수출하는 넥센도 물류비에 발목
국내 타이어 3사의 지난해 매출이 큰 폭을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이에 못 미쳤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운 물류비용이 폭등했고 이에 따라 원·부자재 가격마저 크게 오른 탓이다. 또 국산차 제조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현대차그룹의 ‘선방 효과’마저 누리지 못했다.
3일 타이어 3사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금호·넥센타이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적게는 8%, 많게는 22% 수준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이 수준에 못 미쳤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먼저 4일 실적발표를 앞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8.47% 증가한 7조39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은 72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3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 증가는 꾸준히 친환경차 전용 타이어, 18인치 이상 고부가가치 타이어에 집중한 덕이다. 수출도 많지만 해외 현지생산도 크게 늘어난 탓에 물류비 부담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미국 테네시 공장이 생산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2단계 증설 작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 반복했던 총파업만 아니었다면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거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금호·넥센타이어는 물류비용에 직격탄을 맞았다. 내달 22일 실적 발표를 앞둔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2조5800억 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이 전년 대비 18.27%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320억 원에 달했다. 전년(-45억 원)에 이어 영업적자 지속이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생산분의 65%를 수출한다. 당분간 물류비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역시 3월 말 실적 발표를 앞둔 넥센타이어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2.12%나 급증한 2조770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19.4%나 줄어든 341억 원에 그쳤다.
넥센타이어의 글로벌 생산은 약 4000만 본. 이 가운데 약 2900만 본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이 가운데 약 80%를 수출한다. 수출 대부분을 해운에 의존하다 보니 물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2조 원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영업이익이 고작 300억 원대에 머물렀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준공 초기에 있는 넥센타이어 체코공장에 일회성 비용이 적잖게 들어간 점도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사정이 조금씩 다를 뿐, 타이어 3사 모두 물류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발목 잡혔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국제 운송비용의 척도인 상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월 중순 기준, 전년 대비 76% 상승했고 이런 상승세는 진행 중이다. 이 기간 국제 천연고무 가격도 1톤(t)당 2282억 원, 합성고무 가격도 25.5% 올랐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물류비용이 급증했고, 물류비 급증이 원자재와 부자재 수입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조사별로 판매가격 상승으로 대응 중이지만 가격 인상으로 원가 상승을 상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