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發 경제 위기 불안 고조...유럽은 러시아 눈치 살피며 전전긍긍

입력 2022-01-2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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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러 제재로 세계 자동차 생산 차질 빚을 수도
유럽은 에너지 대란·글로벌 인플레도 부채질
독일, 프랑스 러시아와의 대화 강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세계 경제에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자원 부국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글로벌 생산에도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차질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유럽에서 대화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이 대러시아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금융통제와 수출 제재 투트랙으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국제 금융망 접근을 차단하고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러시아 반입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은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글로벌 에너지 및 광물 자원의 주요 공급처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시장점유율은 17%에 달하고 유럽은 소비량의 3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 촉매제의 주원료인 팔라듐은 러시아가 글로벌 공급의 절반에 가까운 43%를 차지하고 있다. 대러시아 제재로 글로벌 공급량이 감소하면 세계 자동차 생산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테인리스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 원유, 밀 생산에서도 러시아 비중은 전 세계의 10분의 1에 달한다.

타격은 이미 나타났다. 유럽의 가스 공급 주요 통로가 막히면서 천연가스 가격은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거진 작년 말 이후 천연가스 가격은 33%나 치솟았다. 팔라듐과 니켈도 각각 12%, 8% 뛰었다. 유럽 내 에너지 대란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러시아가 지난달 21일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을 걸어 잠 근지 벌써 한 달이 넘어섰다.

에너지 및 광물 가격 급등은 세계 경제 회복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높은 물가는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려 소비를 위축시키고 기업 투자도 감소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갈등 당사국들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체가 공포에 질린 이유다. 기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는 “미·러시아 갈등으로 많은 국가가 추가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을 겪을 수 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높은 상태로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發)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어두워진 세계 경제 회복세가 더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에너지 대란 직격탄을 맞은 유럽 국가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미국과 협력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강경 대응하면서도 제재가 몰고 올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이탈리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회의에 나선다. 러시아-이탈리아 상공회의소·기업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회의에는 이탈리아의 최대 전력·가스 공급업체 에넬, 타이어 제조업체 피렐리, 최대 은행인 우니크레딧 등 20∼25개 주요 기업 CEO가 참석한다. 주최 측은 “러시아는 이탈리아의 주요 수출국으로 (이번 회의는) 양국 간 대화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독일과 프랑스도 러시아에 대가를 경고하면서도 대화를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공동기자 회견을 통해 러시아와 까다로운 대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28일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해 긴장 완화를 위한 길을 제안할 것이라고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을 분열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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