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헌법의 미학은 사회와 마찬가지로 진화한다는 점"

입력 2022-01-25 05:00 수정 2022-01-2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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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예지 사회경제부 법조팀 기자
▲구예지 사회경제부 법조팀 기자

"구체적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해석만으로 동성 간 결합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박탈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에 재판부가 판결로서 답한 내용이다.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판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지난해 은행권 채용 비리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법원은 입법 미비를 근거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시민사회에서 법원 결정이 무책임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입법 미비를 근거로 시민의 법감정과 괴리된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물론 법에 근거하지 않은 판사의 자의적 판결은 불법행위다. 입법 필요성을 촉구한 재판부의 결정이 틀렸다고 볼 수만은 없다.

삼권분립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 조금 달라진다. 입법부와 사법부가 서로 견제하며 시민에게 이로운 결정을 내리라는 이유에서 삼권분립이 존재한다. 사법부의 적극적인 판단 없이는 삼권분립이 완성되기 어렵다. 또한 사법부 판결을 시민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법에 따른 해결보다 사적인 해결을 선호하게 되거나 법규범 자체를 경시할 수 있다.

사법부의 적극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사법부가 비판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며 시민과의 접점을 늘려야 한다. 한 예로 대법원은 양형위원회를 통해 양형 기준에 사회 변화를 반영하려고 노력하지만 이에 대해 시민이 이해하기 쉬운 친절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양형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시민과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헌법의 미학은 사회와 마찬가지로 진화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사법부 판단과 국민 법 감정 괴리는 법이 변하는 사회를 따라잡지 못해서다. 사법부는 입법에 모든 책임을 미룰 게 아니라 시민의 의견을 더 듣고 이를 양형에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법 집행과 시민의 법 감정 사이의 괴리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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