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기껏 뽑아놓고 가르쳤더니 금세 퇴사한다는 MZ세대 직원을 붙잡아 두기 위한 방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젊은 직원들의 성과 배분 방식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성과를 나누는 방안을 새롭게 내놓고, 상사들은 어떻게 하면 덜 꼰대처럼 보이며 젊은 직원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방법을 연구하고 배운다.
정치권은 더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물론이고 안철수 후보, 심상정 후보 할 것 없이 청년층을 위한 공약을 줄줄이 내놓고 ‘젊은 세대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나’라고 외쳐대고 있다.
세대 갈등은 늘 존재해 왔던 주제라지만 왜 유독 현재의 MZ세대는 기성세대에 더불어 잘 지내기 어려운 세대로 느껴지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이들은 자신들이 부모세대보다 가난하게 살 것이라는 점을 아는 첫 세대이기 때문에 이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들은 더 이상 국가나 회사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줄 수 없음을 안다. 이들에겐 불확실한 미래보다 당장의 작은 행복이 중요하다.
지옥 같은 경쟁을 뚫은 입시에 이어 입사까지 진을 다 빼고 달려온 이들은 사회에 진출해 자신의 노력만큼 되돌려주는 보상이 작다고 느낄 때 예전 세대 같으면 참고 했던 일을 미련 없이 그만둔다. 더구나 2년이 넘도록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은 아무런 경험이나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없는 ‘블랙아웃’으로 남아 젊은층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가중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젊은층 사이에서는 대퇴사 시대가 시작됐다. 아예 창업을 해서 자영업자가 되거나 단순한 플랫폼 일자리로 바꿔 자신의 시간을 더 확보하려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아예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탕핑세대’가 등장했다.
그러니 기업들은 이들을 붙잡기 위한 연구에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다. 기업의 HR(Human Resources, 인사 관리) 전문가들은 조직의 리더들에게 “이제 성과 관리는 제도나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과 관계를 맺는 일”이라고 조언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직원들에 대한 보살핌 의무는 고용주의 관심사가 아니었지만, 이제 직원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정치인들은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더욱 혈안이 돼 있다. 이재명 후보는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윤석열 후보는 ‘석열 씨의 심쿵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청년을 겨냥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 후보는 ‘오토바이 소음근절’이라는 1호 소확행 공약을 시작으로 탈모 치료 건강보험 지원 공약으로 화제를 모았고, 윤 후보는 ‘택시 운전석 칸막이 설치’라는 1호 ‘심쿵 약속’을 비롯해 지하철 정기권 확대, 체육시설 소득공제 등 생활밀착형 공약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국정 공약은 없고 미시적이고 개별적인 공약을 특정 계층만 겨냥해 내놓는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가 불과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체 유권자의 34%나 되는 2030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무당층 비율이 훨씬 높아 이번 대선에서 스윙보터(swing voter)가 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양 당으로서는 달리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
걱정되는 건 정치인들이 이번에도 젊은층을 선거에 이용만 하고 선거가 끝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청년 정책을 뒷전으로 밀쳐 버리며 이들을 또다시 갈등의 불쏘시개로 쓰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바로 사회성의 진화로 이어진다”며 젠더 갈등은 어차피 나이 들고 남녀가 결혼하다 보면 해결될 수 있는 일이지만 현재 한국 사회가 맞닥뜨릴 가장 큰 갈등은 세대 갈등이라고 꼽았다. 당부하건대 2030세대는 자신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세력에 갈등의 불쏘시개로 이용당하지 않도록 냉철한 이성으로 이번 투표에 참여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