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와 도시 대개조

입력 2022-01-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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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재)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해 12월 14일 국제박람회기구(BIE) 170개 회원국의 총회가 비공개·비대면으로 개최되었다. 이날 총회에서는 2030 세계박람회(World Expo) 유치를 신청한 대한민국 부산과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첫 프레젠테이션을 펼쳤다. 부산은 ‘세계의 대전환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를 주제로 삼았다. 2019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가 ‘2030 부산세계박람회’를 국가사업으로 결정하고 난 이후 다양한 준비를 해 온 부산의 노력이 첫선을 보인 자리였다.

세계박람회는 등록(Registered)과 인정(Recognized) 2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등록박람회는 인류가 직면한 보편적인 주제로 5년마다 6주∼6개월간 열리는 종합박람회 성격을 가지고 있다. 반면 인정박람회는 등록박람회 사이에 특정 분야를 주제로 3주∼3개월간 열리는 전문박람회이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1993년 대전엑스포, 2012년 여수엑스포가 이에 해당한다. 이번 부산의 등록박람회 도전은 사실상 우리나라의 첫 도전인 셈이며,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제1회 세계박람회는 1851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었다. 현재 제35회 ‘2020년 두바이 박람회’가 코로나19 영향으로 1년 연기되어 작년 10월부터 개최 중이며, 2025년에는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2030 세계박람회가 부산에 유치된다면, 200개국 5050만 명의 방문객이 한국을 찾고 43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IT강국으로 4차산업혁명을 이끌고 있고 K컬처가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래사회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동안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새로운 기술과 문화가 소개되어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왔는데 한국이 세계적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으로 인해 왜곡된 도시구조를 지니게 된 부산은 도시를 대개조하고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국가 전시관을 설치하고 참가한 엑스포는 시카고 세계박람회이다. 건축가들의 성지라고도 불리는 미국의 도시 시카고는 1893년 엑스포를 개최하면서 도시 대개조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엑스포 행사장의 별칭은 ‘백색도시(White City)’였는데, 흰 대리석으로 지은 웅장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들이 인공호수를 둘러싸고 서 있는 장관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 건물들 속에는 최신 상품들과 최고의 특산물들이 전시되어 문명의 성취를 자랑했다. 시카고는 인류문명을 집약한 ‘백색도시’를 통해 새로운 도시의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구도시의 비위생적이고 불안전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한 백색도시와 같은 계획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보여주었다.

시카고 엑스포는 수많은 방문객들에게 미래도시의 모습을 제안해 주었고, 미국의 근현대 도시계획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를 비롯한 유능한 건축가와 계획가들이 현재 시카고의 명물인 다운타운의 유명한 건축물들을 재건하고 도시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앞장섰다. 이를 통해 시카고는 100년이 넘는 미국의 근현대 도시계획사와 건축사를 써내려 가는 데 중심이 되었다.

엑스포를 계기로 도시 대개조를 이룬 시카고의 전략은 엑스포 개최를 통해 부산을 대개조하고자 하는 부산시의 전략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부산시는 엑스포 개최 장소를 북항 일원(309만㎡)으로 정하고, 이를 주변의 원도심과 부산 전체의 대개조를 이루는 기폭제로 삼고자 한다. 북항 일원은 엑스포 행사(2030년 5월 1일~10월 31일)가 끝난 뒤에도 ‘신성장 동력 중심지’로 육성된다. 비즈니스, 복합 문화, 해양산업 및 연구·개발(R&D) 등 3개 지구로 나눠 해양·전시·금융·관광산업의 중심지로 개발할 예정이다. 비즈니스 지구는 문현 국제금융단지와 연계해 금융 허브로, 복합문화 지구는 관광·레저 시설을 건설하여 동북아 레저·관광 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해양산업 및 R&D 지구에는 해양 관련 스타트업이 들어선다.

앞으로 유치를 희망하는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과 동남권 관문공항(가덕도 신공항) 조성 등의 과제가 남아 있지만 세계적인 이벤트를 계기로 부산을 새롭게 도약시키고자 하는 전략은 주효할 것이다. 부산이 개최국으로 확정된다면, 미래 산업·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세계에 ‘동북아 중심도시’로서 이미지를 알리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나아가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수도권에 대응하는 동남권 경제 허브를 구축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와 관광마이스·문화콘텐츠 등 서비스 산업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2023년에 개최국이 최종 결정된다. 엑스포를 넘어 부산의 100년을 내다보며 도시를 대개조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중동 3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16일(현지시간) 두바이 엑스포장에서 열린 ‘한국의 날’ 행사에 참석하여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전 국민의 관심과 국가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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