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은 미국의 통화 긴축과 함께 우리나라 경제를 불안케 할 주요 리스크 요인인 만큼, 우려감이 큰 상황이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9%(1.61달러) 오른 85.4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 WTI 종가는 미국산 셰일오일의 본격 등장으로 유가 하락이 시작된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이미 올해 국제 유가 상승을 점친 바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서 "주요 기관은 국제유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며 "골드만삭스 등 일각에서는 원유 공급 제약이 심화할 경우 올해 일시적으로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제기된다"고 밝혔다.
또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 등 일부에서는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 OPEC+ 국가의 정치적 이슈, 시설 유지보수 등으로 증산 계획 이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추가 생산여력이 당분간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2년 국내외 경제 및 산업 전망'에서도 "2022년 평균유가 전망치는 2021년 대비 배럴당 5달러 낮은 65달러부터 18달러 이상 상승한 89달러까지의 범위로 기관별 편차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는 코로나19 확산세, OPEC+의 공급정책 등을 포함해 현재 석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고유가는 국내 경제에 치명타다. 먼저 고유가는 국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한은은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3%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고유가로 인해 3%대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연평균 100달러로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p 상승, 연간 성장률과 경상수지는 0.3%p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자물가만 아니라 생산자물가까지 크게 오를 수 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경우 국내 원유도입 단가가 상승해, 수입 물가가 오른다. 또 석유류 제품의 가격을 인상시켜 생산자 물가를 끌어올린다. 생산자 물가가 오르면 기업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미 지난해 11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대비 9.6% 올라 2008년 10월(10.8%) 이후 13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한은은 20일 오전 작년 12월 생산자 물가를 발표할 예정인데, 물가 상승세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석유시장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방안을 논의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석유공사 등 유관기관은 오미크론 확산에도 석유 수요가 견조한 반면, 러시아 등 산유국 모임인 OPEC 플러스(OPEC+)의 증산 속도 조절, 감산 기조 유지, 일부 석유 생산국 생산 차질 발생 등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남은 동절기에도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유법민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관은 "세계 석유 수급의 불균형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며 "국내 석유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세심히 관리하는 한편, 설 연휴 기간 전후로 국내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업계 및 관계기관과 협력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