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계속되자 대한항공이 신규 항공기 구매를 연기하기로 했다. 단기적으로는 늘어난 화물 수요에 대응하며 여객수요 회복을 기다리겠다는 계획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전날 신규시설투자 정정공시를 통해 약 16조 원 규모의 항공기 구매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대한항공은 2015년부터 투자를 시작한 8조7098억 원 규모의 신규 항공기 62대 구매 종료일을 2023년에서 2028년으로 5년 연장했다. 대한항공은 장기 기재계획에 따라 기존 B737NG 항공기를 차세대 소형기로 교체하고, 주요 노선 수요 증가에 대비할 계획이었다. 구매 대상 항공기는 A321 네오 여객기 30대, B737-8 맥스 여객기 30대, B777-300ER 여객기 2대 등이다.
또 대한항공은 2019년부터 투자를 시작한 7조4471억 원 규모의 신규 항공기 20대(787-9 10대, 787-10 10대) 구매 종료일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연기했다. 대한항공은 차세대 중대형 여객기 도입을 통해 중장거리 노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추가로 787-10대도 임차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제작사 항공기 제작 지연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투자기간을 정정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반도체 수급 이슈에 따른 제작사의 항공기 제작 지연과 여행객 감소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대한항공의 투자에도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작년 4분기 국제선 여객 매출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4분기의 15% 내외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11월부터 일부 노선이 운항을 재개했으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 여파로 여객 수요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 작년에는 제주항공에 국내선·국제선 탑승객 수 순위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651만3956명(유임여객 기준)을 수송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1위였던 대한항공은 지난해 558만9250명을 수송해 3위를 차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분기 급유단가도 전년 동기 대비 100%가량 상승하며, 대한항공의 경영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늘어난 화물 수요와 화물운임 상승이 이를 대부분 커버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증권업계서 예상하는 대한항공의 작년 실적은 매출 8조8192억 원, 영업이익 1조2209억 원이다. 매출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의 70% 수준이나,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화물 운임 강세 지속에 따라 대한항공의 경우 작년 4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 기대된다"면서 "국제 여객 수요는 코로나19 경구 치료제가 도입되면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분석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여객 수요 회보 속도에는 다소 불확실성이 있으나 여전히 회복에 대한 기대는 유효하다"며 "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대한항공은 재편된 국내 항공 시장의 유일한 FSC(대형항공사)로서 프리미엄을 받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