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적정성 검토 기준' 도입 후
서울, 2차 신청 27곳 중 4곳만 통과
여야 대선후보 '규제 완화' 한목소리
'구조 안전성' 비중 낮추는 방안 유력
여야 대선 후보들이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한 목소리를 냈다. 안전진단 규제 강화로 재건축 사업이 초기 단계부터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여야를 막론한 대선 후보들이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앞세운 구체적인 공약을 준비 중이다. 안전진단에 발목이 잡혔던 재건축 사업지들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부동산 공급 대책으로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공약을 준비 중이다. 안전진단 기준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골자다.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현지조사)과 1차 정밀안전진단,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으로 진행된다.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으면 재건축을 바로 진행할 수 있지만, D등급이 나오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국토안전관리원의 적정성 검토를 통과해야 한다. A~C등급은 유지·보수 등급으로, 재건축이 불가능하다.
안전진단 통과의 발목을 잡는 건 적정성 검토 기준이다. 적정성 검토는 2018년 3월 안전진단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명목으로 도입됐다. 적정성 검토 평가항목은 구조 안전성 50%, 주거환경 15%,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 25%, 비용분석 10%로 구성되는데 업계에서는 건물의 내구성 등을 평가하는 구조 안전성 비중이 기존 20%에서 50%로 강화하면서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단지가 대폭 줄었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적정성 검토 기준 가운데 구조 안전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건물이 무너질 정도가 돼야 한다. 그 정도로 규제가 강화됐다”며 “구조 안정성 비중은 낮추고, 주거환경 비중을 높여 녹물, 석면 등 주거환경을 해치는 요소들이 있을 때 재건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곳은 손에 꼽는다. 규제가 강화되기 전인 2015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 3년간 서울에서 총 56개 단지가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반면 2018년 3월 이후 현재까지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적정성 검토를 신청한 곳은 27곳인데, 이 중 적정성 검토 문턱을 넘은 단지는 서초구 방배삼호, 마포구 성산시영, 양천구 목동6단지, 도봉구 도봉삼환 등 4곳에 불과하다. 영등포구 여의도 목화아파트는 1차 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아 재건축 시행 요건을 바로 갖췄다.
이에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모두 적정성 검토 평가 항목 중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낮추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다음 주께 구체적인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고, 윤 후보는 재건축 사업 추진이 막힌 목동·송파·노원구의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타 지역으로 규제 완화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구조 안전성의 가중치를 현행 50%에서 30%로 낮추고 대신 주거환경 비중을 현행 15%에서 30%로 높이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11단지, 노원구 공릉동 태릉우성,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 광진구 광장동 광장극동 등 총 14개 단지가 적정성 검토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그간 안전진단 통과를 어렵게 했던 적정성 검토 평가 항목 중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낮추고, 주거환경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안전진단 규제 완화로 재건축 속도가 빨라져야 정비사업을 통한 신규 주택의 공급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