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금리 상승기에도 보험료를 결정짓는 예정이율은 대체로 동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이 반영되려면 시간차가 있어, 장기적 금리 추세에 따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생보사 중에서는 올해 농협생명만 종신보험 예정이율을 높여 보험료를 7%가량 낮췄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상품을 출시한 대부분의 보험사는 예정이율을 동결했다. 예정이율은 계약자가 약정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매달 부과해야 할 보험료를 산출하는 데 필요한 이자율이다.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같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매달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는 인상된다. 반대로 예정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는 인하된다. 통상적으로 예정이율이 0.25%포인트(p) 오르면 보험료는 상품에 따라 7~13% 인하된다.
지난해 생보사들은 '저금리'를 이유로 두 차례나 예정이율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는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지만, 보험사들은 예정이율 인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된다.
생보사 중 올해 들어 예정이율을 인상한 보험사는 농협생명뿐이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11월 치매보험에 이어 올해 첫 신상품 종신보험에도 기존 2%에서 0.25%p인상된 2.25%로 예정이율을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7~13%가량의 보험료 인하 효과가 있는 것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금리상승을 반영해 예정이율을 높여 보험료를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출시한 생보사들은 지난해와 같은 예정이율로 종신보험 신상품을 출시했다. 한화생명의 예정이율은 2.0%이며, 교보생명은 해지환급금 미보증형은 2.25% 해지환급금 보증형은 2.0%를 적용했다.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의 공시이율은 비교적 시장금리 상승세를 반영하고 있다. 공시이율은 은행의 예금 이자율에 해당하는 금리로,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제외하고 남은 적립보험금에 적용된다.
삼성생명은 이달 연금보험과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을 0.06%포인트(p) 올려 2.36%와 2.31%로 각각 조정했다. 한화생명도 연금보험과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을 0.06%p 올려 2.37%와 2.28%로 각각 상향했다. 교보생명은 연금보험을 2.30%에서 2.35%로, 저축보험을 2.25%에서 2.45%로 각각 올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정이율은 장기적인 금리 추세에 따라 결정돼 시장금리가 올랐다 해서 바로 조정되지 않는다"면서 "금리 상승 속도 등에 따라 공시이율은 조금씩 상향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