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증권사들이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올해 고객·채널 중심으로 전략 강화를 당부했다. 코스피 지수가 작년 말부터 박스권에 갇히면서 개인투자자가 줄어들고 해외증시로의 이탈이 가속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 속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위기감이 두드러졌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KB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의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 전략으로 ‘고객중심’과 ‘생존력 강화’, ‘조직 시너지’ 등을 꼽았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고객과 사회와 함께 성장”하자며 “우리가 가진 모든 투자 역량과 인프라를 동원해 단 한 분의 고객 자산도 방치되지 않도록 고객의 투자수익률 제고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고객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고 키워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라며 “우리가 고객과 함께 성장할 때 진정한 의미의 고객동맹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금융환경은 지난해만큼 밝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고객중심의 운영체계와 조직문화를 지속 유지해 나간다면 여전히 우리에겐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방향의 모든 판단 기준은 고객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한정된 자원의 사용은 고객 만족을 높이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 하고, 그 만족의 수준으로 공정히 평가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위기상황을 ‘사업별 균형성장과 디지털 혁신으로 최적의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는 선도 증권사’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자”고 말했다.
이들은 “투자솔루션 제공 역량은 모든 부문에서 부를 늘리고자 하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핵심역량”이라며 “고객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상품과 시장에 대한 전문지식을 함양해 인적 경쟁력을 높여달라”고 당부했다.
증권사 CEO들은 위기의식도 강조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의 경제 회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적응 등의 흐름 속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잦은 반등과 침체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올해를 제2의 창업으로 선포하며 뼛속까지 변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사장은 “불확실한 금융 시장 전망과 치열한 경쟁으로 둘러싸여 있다”며 “생존가능성을 높인다는 마음으로 기본과 원칙을 바로 세워 기업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또 “머니 무브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퇴직연금,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등의 경쟁 능력을 강화하겠다”라고 공언했다.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사장은 “회사의 규모가 더 커지면 경험하지 못했던 여러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며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용량(Capacity)을 초과하는 성장은 위험하기 마련이지만 성장의 “역량(Capability)을 키우면 위험을 떨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위험 관리뿐 아니라 내부 프로세스, 관습적 경험, 문화적 기반에서도 다양한 위험이 존재한다”며 “이를 이겨내기 위한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준비해 주시고, 여러 사례 분석과 인적 자원 관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CEO들은 불확실성 타계 방안으로 ‘조직간 시너지 창출’을 꼽았다. 조직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해 발 빠르게 대응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재정비는 부족한 부분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 시작하는 만큼 당연하게 여겼던 낡은 관습을 버리고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기초부터 살펴 개선ㆍ보완이 필요하다”며 “리테일, 홀세일, IB(투자은행)·PF(프로젝트 파이낸싱), 본사관리 전 부문에서 관련 시스템을 적극 재정비하고 미래 변화에 대비한 로드맵 및 솔루션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글로벌부문을 IB1총괄 산하에 배치한 것은 본사와 해외법인의 IB역량을 더욱 강화해 브로커리지를 넘어 글로벌 비즈니스를 효율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함”이라면서 “연금 영업조직을 대폭 확대한 이유도, 연금사업이 법인영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내면서 고객기반을 효율적으로 성장시키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라며 조직간 시너지 창출을 주문했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은 “성장 기반 확대를 위해 글로벌 사업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머징 시장은 IT시스템 업그레이드 및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 기반을 늘리고, 선진 시장은 본사 사업 부문과의 협업을 통해 수익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