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주택 매매 시장에서 빌라(다세대·연립주택)가 아파트의 거래량을 앞질렀다.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아파트 대신 빌라를 선택한 사람이 많아져서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계약일 기준)는 이날 현재까지 2156건으로, 아파트 매매 567건의 3.8배에 달했다.
거래 등록 신고 기한이 30일인 점을 고려하면 수치는 변동될 수 있지만, 빌라 매매가 아파트보다 많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매매량은 빌라보다 월간 2∼3배까지도 많다. 빌라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도 잘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 탓에 주택 수요자들이 대체로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해서다.
그러나 아파트값이 장기간 급등한 데다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지난해 매매 건수가 큰 폭으로 줄면서 아파트보다 빌라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시가 9억 원을 넘지 않는 빌라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무주택자가 매수하면 별도의 전세자금 대출도 받을 수 있다.
월별 빌라 매매 건수는 1월 5880건, 2월 4495건, 3월 5157건, 4월 5722건, 5월 6016건, 6월 5478건, 7월 4850건, 8월 4526건, 9월 4205건, 10월 4138건, 11월 3415건, 12월 2156건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매매 건수는 1월 5795건, 2월 3876건, 3월 3794건, 4월 3670건, 5월 4895건, 6월 3943건, 7월 4702건, 8월 4217건, 9월 2706건, 10월 2194건, 11월 1354건, 12월 567건이었다. 이로써 지난해 12개월 연속 아파트보다 빌라 매매 건수가 많았다.
빌라 매수자들이 많아지면서 빌라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서울 시내 곳곳 재개발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에 빌라 매매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현 정부 최고치를 경신했다. KB통계 기준 지난해 서울 빌라 매매가 상승률은 8.42%로, 전년 상승률(8.18%)을 웃돌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연간 최고치를 찍었다.
이 같은 빌라 매수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서울시는 민간 재개발 사업을 시가 지원하는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21곳을 선정했다. 후보지 21곳은 이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는데 막판까지 빌라를 사려는 매수세가 몰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실거주 목적만 매수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28일까지 서울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 2차 공모가 진행된다. 공공재개발은 법정 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늘어나는 용적률의 20∼50%를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기부채납받는 사업 방식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고 인허가 절차 간소화, 사업비 지원, 이주비 융자 등 각종 공적 지원이 제공된다. 공공재개발에는 1차 공모에 70곳이 신청해 16곳이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