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공약에 휘둘리는 정책, 정부의 자기부정

입력 2021-12-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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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잇따라 부동산 관련 세금부담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여당과 정부가 장단을 맞추면서 그동안의 정책 기조가 흔들린다.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사실상 관권이 선거에 개입하는 양상이다.

이 후보는 내년 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산정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한 세금 동결을 요구했다. 이어 1주택자와 투기목적이 아닌 다주택 보유자 종합부동산세 경감 및 중과 제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생애 첫 주택 구입 시 취득세 감면과 취득세 최고 세율 부과기준 상향 등도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의 총체적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치솟고, 공시가의 급격한 인상이 겹치면서 ‘세금폭탄’으로 악화한 민심을 의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년 3월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공시가를 내년 재산세와 종부세 과세표준으로 삼고, 고령자 종부세 납부를 유예하는 등의 대책이다. 또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농어촌 주택, 상속주택, 공동체 마을 등 투기와 무관한 다주택의 종부세 완화를 정부 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도세 중과 유예에는 일단 부정적 입장을 보이긴 했으나, 여당과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방안도 선거가 다급한 여당이 주도해 관철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문제점과 부작용에 대한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방적 정치논리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동산 세금 중과를 거칠게 밀어붙여온 여당과 정부다. 이제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 여당 후보 주장이 합리적이라며 조정의 필요성을 말한다. 정부의 자기부정(自己否定)이자, 이런 행태가 선거 개입의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정책 기조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방향을 종잡을 수 없어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었다. 매물 잠김으로 거래가 급속히 줄고 불확실성에 따른 혼란만 커지고 있다.

부동산 세금만 그런 게 아니다. 정부는 인상요인 누적에도 그동안 동결해온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을 내년 3월 대선 이후 대폭 올리기로 했다. 겨울철 수요가 많은 계절요인을 고려하고, 내년 초 물가상승이 집중되는 시기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는 정부 정책이 신뢰성을 갖기 어렵다. 선거판의 정치 리스크에 민생의 불안도 가중된다. 임기 말 정부일수록 정치적 영향을 배제한 정책 운용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물론 과도한 세금을 줄이고 잘못된 정책은 바꿔야 한다. 정부가 오류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면 근본적인 기조 전환과 제도 개편에 적극 나설 일이다. 그것도 아니고 여당 후보에 끌려가면서 자꾸 땜질만 하려는 나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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