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가전 산업의 전문가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내 기업 상황을 점검하고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23일 개최 2일차를 맞은 ‘제15회 산업발전포럼’에서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전무, 서원형 한국디스플레이협회(KDIA) 실장, 양영춘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실장이 주제 발표자로 나섰다. 이들은 각 산업군의 동향과 전망, 대내외 위협 상황에서의 대응 방법, 업계 발전을 위한 요청사항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올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예상과 달리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증가 등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해 122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수출액(1267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반면 가전 산업의 경우 위드코로나로 생산ㆍ수요의 동반 감소가 우려된다. 가계 수요가 여행 등 타 산업으로 이동해 국내 가전 수요 위축과 생산거점 해외 이전 재개로 국내 생산ㆍ수출 감소도 관측된다.
황금빛 전망과 우려 속에 전문가들은 중국의 거센 추격과 친환경 산업구조 전환(탄소중립) 등 대내외적 요인들이 산업 경쟁력에 위협 요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기업 자체 노력은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기현 전무는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투자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를 더 늘리지 않는다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밀릴 수밖에 없다”라며 “아울러 메모리반도체 외에 소재ㆍ장비ㆍ팹리스 등 시스템반도체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 미국, 일본, 유럽 등이 자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 구축을 위해 여러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최근 일본은 8조 원 규모의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신규 공장을 유치했다.
서원형 실장은 “현재 국내 기업들은 중국기업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이라며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17년간 1위 수성해왔지만 중국의 불공정 개입으로 1위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미 LCD 시장에서 우리나라를 앞질렀다. 중국 정부는 LCD뿐 아니라 OLED에서도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OLED 생산 생산능력은 올해 3배 격차로 우리나라가 앞서지만 5년 뒤에는 1.7배 격차로 줄어들 전망이다.
양영춘 실장은 “코로나 이후 세계 각국의 생산거점 재편이 예상되는 만큼 GVC(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에 대응한 국내 복귀 지원책 강화, 시설투자 지원이 시급하다”라며 “탄소중립 이슈와 관련해 에너지 고효율 제품에 대한 인센티브의 확대도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그간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탄소 저감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합리적 지원이 뒷받침되면 더 많은 성과를 낼 것”이라며 “특히 자동차 모빌리티ㆍ의료ㆍ가상현실 등 신(新)시장에서의 디스플레이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 완화도 시급하다”라고 덧붙였다.
안 전무는 “K-반도체 벨트 전략의 차질 없는 진행을 위해 국회와 정부가 힘써주길 바란다”라며 “반도체 제조 시설 구축을 위한 투자부지 확보,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특화단지 조성, 규제 합리화 등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