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선 정치테마주들은 일정한 패턴이 있다. 각 당의 후보로 선출되기 전까지는 유력 후보의 지인이나, 친분이 있는 종목들이 움직인다. 그러다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는 정책 테마주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실제로 불과 한 달여 전만해도 지인, 친분 등으로 에이텍티앤, 쌍방울, 덕성, 서연, NE능률 등 수백여 종목이 정치테마주로 난립했다. 그런데 정치테마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야 할 D-100이 지났건만 잠잠한 상황이다. 정치권 서여의도 생각과 달리 주식시장이 있는 동여의도는 뚜렷한 유력 후보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정치테마주에 대해 단 1%도 동의하거나,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돈 앞에서는 이념이 없다는 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정치테마다. 야당 후보 지지자도 여당 후보의 정책이 매력적이거나 국민들에게 어필이 될 것 같다면 정치테마주를 매매하는 투자자들은 매수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정책·정치테마주들의 움직임은 여론 조사보다 더 정확했다.
대통령 선거 정치테마주 역사의 시작은 1997년부터다. 15대 대선 당시 김영삼 대통령 후보와 친분이 있거나 정책과 관련된 주식들이 지라시 형태로 주식시장에 유통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테마주가 등장했다.
당시 노무현 후보가 내걸었던 ‘충청도 수도 이전 계획’이 대선을 앞두고 관련 테마주들이 휩쓸었고, 실제 대선 결과 역시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다.
2007년 대선은 이명박 후보의 ‘4대강’ 정책으로 정치테마주 역대 최대 규모, 최대폭 상승 기록을 남겼다. 당시 대장주로 꼽히던 이화공영은 33배가 오르기도 했다. 실제 대선에서도 이명박 후보는 정동영 후보를 대통령 직선제 대선 사상 최대 표 차이로 이겼다.
2012년에도 역시나 ‘저출산’,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정책을 내 박근혜 후보의 정책 테마주들은 급등했고, 실제 당선으로 이어졌고, 갑작스런 탄핵 정국에 치러진 2017년 대선에도 ‘치매’, ‘탈원전’ 정책 테마주들은 있었다.
그렇지만 왜 이번 대선은 현재까지 정책ㆍ정치테마주가 없을까.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은 한 후보는 작언삼일(作言三日)을 반복하면서 신뢰를 잃고 있다는 반응이 많다. 정책을 말해도 시장에서는 ‘며칠 뒤에 또 바뀌겠지’라며 반응하지 않는다.
또 다른 후보는 초심(初心)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후보가 정책을 말하면 선대위원장은 그게 아니라며 다른 말을 하고, 당 대표는 이러쿵저러쿵 평론가 같은 말만 하고 있다. 이러니 누가 후보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주식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뒤늦게 투자한 개미들의 큰 손실로 이어지는 정치테마주가 사라져서 다행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5년간 국가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서 정책 어젠다가 없다는 것 역시 걱정이다.
코로나 시국에 거리두기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도 없는 마당에 전국 곳곳에 유세차량이 무슨 효과가 있을까. 국민의 마음을 휘어잡을 정책이 없다면, 차라리 코로나 시국에 허공에 돈 뿌리는 것과 다를바 없는 유세차량이라도 줄여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대선 자금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후보라도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