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 최초로 사람 간 관계에 주목한 사람은 정육점 주인의 이기심 덕분에 우리가 밥상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아담 스미스이다. 그러나 아담스미스는 재산, 권력, 명예 등 외부적인 조건과 편익보다 사회적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 도덕철학자이다. 그는 사회구성원과의 교류·교환에서 창출되는 행복(eudaimonia)의 비중이 이해타산에서 오는 행복보다 상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보았다. 오늘날 이러한 관계를 분석하고 이론화시킨 분야가 바로 행복경제학 또는 시민경제학이다. 사람과의 관계를 통한 행복 추구를 경제학의 역할로 제시한 분야이다. 사회적 교환이라 할 때 주류경제학에서 유일하게 인정하는 물질적 가치 교환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인격적인 관계 자체를 의미하는 관계재까지 교환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관계는 아담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말한 동감을 본성으로 하여, 대화와 사교의 크나큰 즐거움을 통해 감정과 의견이 어느 정도 일치하고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의미한다.
경제가 운영되고 돈이 몰리는 곳은 단연코 사람의 왕래가 빈번한 곳이다. 바로 사람과 사람 간 관계가 형성되고 활발해야 경제가 살고 우리의 삶도 풍요로워질 수 있다. 관계재가 교환되고 교류하는 일은 바로 누군가와 조우해야 가능한 것이며 이를 통해 교환 계약, 서비스 제공 또는 팀에 의한 생산적인 작업 수행이 이루어질 수 있다. 관계재와 행복은 멈추어, 만나, 얘기할 수 있는 공간 창출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는 대도시 한 곳으로만 몰리게 한다. 지방에 건설된 또는 건설할 고속도로, 빠른 교통수단은 지역주민들을 한 곳에 머물러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한다. 서로를 바라볼 공간과 만날 기회와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지역에서는 지역공간에 멈출 수 있고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획을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지역화폐이다. 지역화폐는 통상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지역상품권 형태로 액면가를 할인하여 판매하는 방식이 있고, 두 번째 방식은 카드 사용금액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일종의 지역신용카드 형태이다. 세 번째는 전국민재난지원금처럼 정액을 개인 통장에 넣어주고 거주 지역에서만 사용하게 하는 방식이다. 최근 지역화폐에 대한 논쟁은 세 번째를 중심으로 효율성과 비용편익 관점에서만 이루어지지 사람 간 교류로 발생하는 비화폐적 가치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지역주민이 그 지역 시장으로 발길을 옮겨 서로 만나고 서로 살아가는 것을 보고 얘기하게 할 수 있게 만드는 지역화폐의 관계재 편익은 주류경제학 분석에서는 결코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앞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지역화폐 역할은 사실 지역금융권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금융산업의 효율성 문제로 지방은행은 몇 곳을 제외하고 거의 사라졌다. 존재하는 금융기관도 예금과 대출이자 차이와 수수료에 의존하는 경영에 매몰되어 정작 지역주민 간 교류와 교환에는 무관심하다.
지금이라도 애먼 지자체보다 지역금융권이 지역 내 상권 활성화, 주민 간의 교류·교환 활성화, 소액대출을 통한 가계 지원, 미국처럼 신용카드 혜택을 마일리지 말고 넉넉한 현금 환급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을 고민할 때이다.